삼성전자 테일러 공장.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인력 투입 속도를 눈에 띄게 높이고 있다. 지난해 환율 급등과 자재 조달 지연으로 일부 파견 인력을 철수시켰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서는 반도체(DS) 부문 공정·장비·수율·품질 등 핵심 역량 인력의 재파견이 이어지고 있다. 테일러 공장의 연내 가동, 내년 양산 확대라는 회사의 목표 타임라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주재원만 100여명…현지 채용도 확대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대규모 주재원 파견에 나선 데 이어 지속적으로 핵심 인력을 현지에 투입하고 있다. 현재 테일러 공장에 파견된 주재원 인력만 100여명 규모이며, 여기에 파견근로자와 협력사 직원까지 더하면 현지로 이동하는 인력은 수백명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테일러 공장의 본격적인 장비 세팅에 들어갔고, 9월 시범 양산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동 임박 국면에서 현장 준비가 실질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작된 인턴십·SEED 신입 채용 모집도 이 같은 인력 확충 흐름의 연장선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팹을 처음으로 대상 사업장에 포함해 내년 여름 인턴십 참가자를 모집하기 시작했고, 공학 전공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대졸 신입 채용 프로그램 '삼성 이머징 엔지니어 개발(SEED)'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연내 가동 이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사전 포석 성격이 강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올해 세팅, 내년 본격 양산"…국내 가동률도 뒷받침

삼성전자의 기본 방침은 올해 최대한 세팅과 양산 검증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올 초부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테일러 1공장은 올해 내 적기 가동이 목표"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밝혀왔다. 이후 단계적으로 2나노 생산능력(CAPA)을 확대해 2027년 양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고객사 수주도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향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AI5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물량을 나눠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후속 칩인 AI6는 연내 설계 완료를 목표로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단독 생산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체결된 22조7000억원 규모의 테슬라 공급 계약이 이 두 프로젝트를 포괄한다.

특히 국내 생산 라인의 가동률이 연내 100% 달성에 가까워지면서 테일러 공장 가동의 필요성도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전자는 8나노 이하 첨단 공정 가동률이 사실상 100%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고, 브로드컴과 추가 수주 협의를 진행하며 2나노 수주 물량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또 미국 파운드리 투자를 연내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혀 국내 가동률 정상화가 테일러 팹 가동 준비와 같은 방향성 위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률이 70%에 달한 이번 실적 개선의 배경에도 이 같은 수주 회복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핵심 인력 재파견과 대규모 주재원 이동, 국내 라인 가동률 정상화가 겹치는 것은 연내 가동이라는 타임라인이 실질적으로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신설 팹 특성상 초기 수율 안정화에 통상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실질적인 양산 물량 확대와 실적 반영은 내년 상반기 이후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