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스포티파이 공동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노스트롬과 구스타브 소더스트롬./스포티파이 제공

글로벌 '음원 공룡' 스포티파이가 최근 유료 가입자 수가 3억명을 돌파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으로는 처음으로 '3억 클럽'에 입성했다. 콘텐츠 플랫폼 중 매월 구독료를 내는 이용자 수가 3억명이 넘는 기업은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뿐이다. 전 세계 약 25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도 유료 가입자는 약 1억2500만명에 그친다.

시장에서는 스포티파이가 개인화 기능을 기반으로 유료 가입자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순히 음악만 듣는 앱을 넘어 각종 영상·팟캐스트, 오디오북, 팬 경험 등을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한 사업 다각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테크 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올해 2분기 월간활성사용자(MAU)가 7억7700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매월 구독료를 지급하는 프리미엄(유료) 이용자 수는 3억명으로 1년 사이 약 2400만명(9%) 늘었다. 올해 들어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구독료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지불하는 이용자가 증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스포티파이가 2019년부터 추진해온 사업 확대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6년 음원 스트리밍 전용 플랫폼으로 출발한 스포티파이는 2019년부터 개인 맞춤형 오디오 콘텐츠와 다양한 팬 경험을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창업자는 "세계 1위 오디오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스포티파이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팟캐스트 제작사와 오디오 기술 기업 등의 인수합병(M&A)에만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 이상을 투입했고, 유명 팟캐스터 및 인플루언서와 맺은 독점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에도 최소 3억달러(약 4200억원)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공격적으로 투자한 결과,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 오디오북, 도서 판매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스포티파이는 무료 이용자를 확보한 뒤 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 기능을 기반으로 이들을 유료 구독자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음악 외 다양한 영상·오디오 콘텐츠는 이용자의 앱 참여율을 높이고 이탈을 막아 '락인(lock-in·가두기)' 효과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구스타프 질렌함마르 스포티파이 시장·구독 부문 수석부사장은 올해 5월 열린 스포티파이 투자자 행사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화와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확대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유료 구독자를 10억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용자 유지 전략의 핵심은 정교한 추천 및 개인화 기능이다. 스포티파이는 이용자의 청취 기록을 기반으로 좋아할 만한 음악과 관련 콘텐츠를 골라서 추천한다. 회사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음악·팟캐스트·오디오북 등 각종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매일 평균 3조4000억건의 취향 신호를 생성한다. 스포티파이는 이를 토대로 이용자 취향을 예측·생성하는 '거대 취향 모델(Large Taste Model)'을 구축하고 있다.

매년 이용자의 청취 기록을 정리해 보여주는 연말 결산 서비스 '랩드(Wrapped)'는 스포티파이의 대표 개인화 기능이다. 지난해 랩드 콘텐츠는 6억2000만회 이상 공유됐다.

올해 들어서는 이용자가 말로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요청하면 AI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주는 '대화형 개인화'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일례로 "월요일 아침에 들으면 힘이 나는 음악 추천해줘"라고 지시하면 스포티파이 앱이 개인의 청취 기록과 실시간 트렌드·차트 등의 정보를 결합해 플레이리스트를 생성해낸다. 이용자들이 직접 앱에서 리믹스와 커버곡을 제작할 수 있는 AI 도구도 개발 중이다.

구스타브 소더스트롬 스포티파이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기존의 큐레이션과 추천의 시대를 넘어 '생성(Generation)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AI 기반 개인화 기능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음악 외 콘텐츠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초 홈 피트니스 플랫폼 펠로톤과 손잡고 피트니스 콘텐츠를 도입했고, 최근에는 특정 아티스트의 열성 팬들이 콘서트 티켓 일반 예매가 시작되기 전에 표를 선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 '스포티파이 리저브'도 선보였다. 이밖에 70만권이 넘는 오디오북과 700만개에 달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도 스포티파이 앱에서 제공한다.

니콜 버러우 스포티파이 제품 디자인 부사장은 "이용자가 스포티파이 앱에서 보내는 시간을 가치 있게 느끼도록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한국에서도 스포티파이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스포티파이의 국내 이용자는 622만명으로, 멜론(593만명)을 제쳤다. 지난해 6월 389만명이었던 스포티파이 이용자는 1년 사이 60% 가까이 늘었다.

스포티파이는 2024년 광고 기반 무료 요금제 '스포티파이 프리'를 도입하면서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연초에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대학생 전용 월 6000원 저가 요금제도 출시했다. 올해 들어서는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스포티파이 구독 혜택을 연동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며 멜론을 추격해왔다.

이밖에 이용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음악 청취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스포티파이 하우스' 등 다양한 오프라인 체험형 행사를 개최하고, 전 세계적으로 K팝의 인기가 높아지는 흐름에 발맞춰 아이돌 그룹 등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늘리고 있다.

'스포티파이 하우스 서울'에서 공연하는 래퍼 지코 / 스포티파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