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인공지능(AI) 개발과 제품화 사업의 지휘봉을 다시 잡는다. 그동안 AI 개발을 이끌어온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장기 연구를 총괄하는 역할로 이동하며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다.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 매체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제미나이 수익화에 속도를 내고 오픈AI 등 경쟁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AI 리더십을 전면 재편했다고 밝혔다. 연구 중심 성향이 강했던 허사비스 대신 상품화와 사업화에 무게를 두는 브린이 구글 AI 사업의 전면에 나선 것이다.
허사비스는 최근 자신이 창업한 AI 연구기업 딥마인드의 경영을 코라이 카북추올루 수석부사장(SVP)에게 넘기고 딥마인드 의장직을 맡았다. 동시에 그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최고과학자(Chief Scientist)로 선임돼 AI 장기 연구전략을 총괄한다. 연구개발(R&D)과 제품화 관련 실질적인 지휘권은 브린이 맡게 된다.
래리 페이지와 함께 구글을 공동 창업한 브린은 2011년 구글 최초의 AI 연구 조직인 '구글 브레인' 출범을 지원하고, 2014년 영국 AI 스타트업이던 딥마인드 인수를 주도하는 등 구글 AI 전략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브린은 2023년 허사비스가 구글 AI 연구개발 총괄을 맡으면서 일선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최근 오픈AI와 앤트로픽 등에 밀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차기 AI 리더로 급부상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허사비스 주도로 고성능 AI 모델 '제미나이 3'를 공개했지만, 이후 AI 업계의 핵심 수익원으로 떠오른 기업용 AI 서비스와 코딩 에이전트 시장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FT는 이 때문에 경영진과 이사회에서 AI 투자 대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허사비스가 사업화 현안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대표적 사례가 단백질 구조 예측 AI '알파폴드'다. 허사비스는 이를 과학계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무료 공개했지만, 구글 내부에서는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에도 사업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브린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실무에서는 물러나 있었지만, 알파벳 이사회 이사로 주요 AI 전략 결정에 꾸준히 관여해 온 만큼 즉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브린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에도 불확실한 수익성을 입증해야 하는 데다, 핵심 AI 인재 유출도 막아야 한다. 이번 리더십 개편 역시 구글의 '전설적 연구자'로 불리는 제프 딘 최고과학자의 퇴사를 계기로 시작됐다. 딘의 퇴사 소식이 전해진 뒤 알파벳 주가는 약 5% 하락했다.
FT는 이번 개편이 런던에 기반을 둔 딥마인드의 연구 중심 문화와 실리콘밸리 본사의 사업 중심 전략이 충돌한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딥마인드 전·현직 관계자들에 따르면 리더십 개편 이후 조직 분위기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허사비스가 보호해 온 연구 중심 문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직원들은 이미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사비스는 앞으로 범용인공지능(AGI) 연구 방향 수립 등 장기 연구와 학술적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다. 그는 알파폴드를 개발해 단백질 구조 연구를 혁신한 공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으며, 알파폴드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랩스' 대표직도 계속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