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시대의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용인과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팹)을 건설한다. 용인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D램 생산 거점을, 청주에는 낸드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데 총 54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SK하이닉스는 7일 이사회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두 번째 팹인 'Y2'와 청주 'M17' 건설에 각각 35조2000억원, 19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두 팹에 투입하는 금액은 총 54조3000억원이다.

이번 투자는 SK하이닉스가 지난 6월 발표한 중장기 투자 전략의 후속 조치다. 회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원, 청주 생산기지 확대에 10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용인 첫 번째 팹인 Y1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번 결정으로 용인과 청주에서 후속 생산 시설 건설에 나선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D램과 낸드 수요가 작년부터 2030년까지 각각 연평균 1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AI 확산으로 메모리가 단순 부품을 넘어 AI 시스템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면서 중장기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AI 시대에는 기술 경쟁력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필요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라며 "면밀한 수요 검토를 거쳐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 용인 Y2에 35조2000억원… HBM·차세대 D램 생산

용인 Y2는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순차적으로 조성하는 총 4개 팹 가운데 두 번째 생산 시설이다. 연면적 34만1000평 규모의 D램 생산 거점으로 구축되며 HBM을 비롯한 차세대 D램을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내년 7월 Y2를 착공해 2029년 6월 첫 번째 클린룸을 열 계획이다. 투자는 2031년 10월까지 순차적으로 집행한다. 현재 건설 중인 Y1은 내년 2월 첫 번째 클린룸 오픈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회사는 당초 2045년으로 예정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12년 앞당겨 2033년까지 4개 팹 건설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Y2 건설은 이를 위한 두 번째 단계다.

35조2000억원의 투자액에는 Y2 팹뿐 아니라 구성원의 업무·복지시설을 갖춘 '지원동'과 개발 제품의 실험·테스트·분석을 통합 운영하는 '연구개발통합센터' 건설 비용도 포함된다. 수처리 시설과 공동구, 변전 시설, 창고 등 부대시설 구축 비용도 들어간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약 126만평 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Y2 가동까지 필요한 1단계 전력·용수 인프라는 현재 공정률 99%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팹 건설과 기반시설 조성을 병행해 Y2를 계획한 일정에 맞춰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 청주 M17에 19조1000억원… AI용 낸드 수요 대응

청주에는 낸드 생산 시설인 M17을 새로 짓는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중심으로 낸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AI 추론 과정에서 사용하는 'KV 캐시(KV Cache)'도 낸드 수요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KV 캐시는 AI 모델이 이전 연산에서 생성한 키(Key)와 값(Value) 데이터를 저장해 재활용함으로써 같은 계산을 반복하는 비효율을 줄이는 기술이다. 에이전틱(Agentic) AI와 피지컬(Physical) AI가 확산하면 낸드가 사용되는 영역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청주에 건설 예정인 M17 팹 조감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신규 낸드 생산 거점으로 청주를 선택한 것은 기존 생산 기반을 활용해 팹을 빠르게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주캠퍼스에는 낸드를 생산하는 M11·M12·M15가 이미 자리 잡고 있어 기존 팹과 연계한 생산이 가능하다. 부지와 전력·용수 인프라도 상당 부분 갖춰져 있다.

M17은 연면적 20만6000평 규모로 건설된다. 내년 2월 착공해 2028년 12월 첫 번째 클린룸을 열 계획이다. 19조1000억원의 투자는 2031년 4월까지 사업 일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집행한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와 논의한 중장기 수요를 토대로 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되 실제 생산능력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맞춰 확대할 계획이다. 팹 건설은 예정된 일정에 따라 진행하고, 이후 클린룸 증설과 반도체 장비 투입은 수요 흐름에 맞춰 순차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용인과 청주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대규모 투자가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협력사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고 고용 창출과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시장의 성장 속도에 맞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며 "선제적 생산 기반 확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AI 인프라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