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차세대 인공지능(AI) 기술로 일반인공지능(AGI)을 넘어서는 '재귀적 자기 개선(RSI)'을 제시했습니다. AI가 스스로 더 나은 버전을 설계하고 개선하는 RSI를 AI 발전의 새로운 목표로 삼아, 막대한 AI 투자와 수익 간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재 RS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완전한 자기 개선은 한계가 있다며, 실제 구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일러스트=챗GPT

5일 디 인포메이션 등 외신에 따르면 자스짓 세콘 구글 딥마인드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3일(현지시각) 열린 '에이전틱 AI 서밋'에서 과거 AI 업계의 목표였던 AGI를 넘어, 이제는 RSI가 새로운 화두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RSI는 AI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성능을 개선하고, 개선 과정마저 자동화한 개념입니다. 인간 수준 이상 범용 지능을 구현하는 AGI를 넘어, AI가 학습 방식까지 스스로 개선하며 지속적으로 성능을 높이는 것이 RSI의 핵심입니다.

실제 최근 구글뿐만 아니라 오픈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AI 기업들은 RSI를 차세대 AI 경쟁 무대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앤트로픽 공동 창업자 잭 클라크는 지난 5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트)를 통해 "나는 2028년 이전에 RSI가 실현될 가능성이 60% 이상에 이른다고 본다"며 "AI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만드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오픈AI도 2028년 3월까지 '완전히 자동화된 AI 연구원을 만들겠다'는 자체 로드맵을 수립했습니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RSI를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AI가 스스로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면,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 연구자가 수년간 수행하던 개발 작업을 AI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수 초 만에 반복·개선하면서 성능 향상 속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최근 AI 업계의 최대 고민인 투자 대비 수익성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글로벌 AI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보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반면, AI 서비스 매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AI 고점론'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구글도 올해 AI 인프라와 장비에 약 2000억달러(약 285조원)를 투자하고 내년 추가 지출을 예고했습니다. RSI가 주목받는 것도 AI 개발 속도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이러한 수익성 우려를 해소할 잠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콘 CSO는 서밋에서 "현재 AI 분야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우리가 집행하는 자본 지출을 아직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는 계속되고 있지만 매출이 따라오지 않는 'AI 에어 포켓' 위험이 존재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RSI는 현재 AI 산업의 투자 논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기대감에 일부 AI 기업들은 상용화 중인 거대언어모델(LLM) 개발보다 RSI 연구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딥마인드 연구원 출신 데이비드 실버가 지난해 11월 창업한 '인에퍼블 인텔리전스'입니다. 이 회사는 출범과 동시에 세계적인 벤처캐피털(VC)들로부터 11억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해, 유럽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시드 라운드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제품 로드맵조차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막대한 자금이 몰렸다는 점은 RSI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완전한 RSI 구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AI는 스스로를 개선하기보다 연구·개발 업무를 빠르게 자동화하는 단계에 가깝습니다. 앤트로픽의 AI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는 이미 팀 코드의 대부분을 작성하고 있으며, 일부 엔지니어들은 성능이 더 향상될 경우 최상위 모델 '미토스'가 감독 없이 복잡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중간급 개발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과제 관리와 우선순위 판단, 연구 방향 설정 등에서는 여전히 한계를 보여 완전한 RSI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