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은 위기에서 드러난다. 삼성전자 DX(완제품)부문장과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취임하는 순간부터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반년은 결코 짧지 않다. 작년 말 완제품 사령탑에 오른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과 류재철 LG전자 사장의 성적표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양사의 TV·가전·냉난방공조(HVAC)는 수익성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 14조5000억원을 올리고도 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LG전자는 매출 14조9164억원, 영업이익 1조1411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00억원에 그친 반면 LG전자는 1조1910억원을 벌었다. 비슷하게 움직였던 양사 완제품 사업 실적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두 분기 연속 나타난 것이다.

양사가 마주한 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소비 둔화, 부품·원자재·물류비 상승이 덮쳤다. 삼성전자는 수익성 악화 배경으로 원가와 비용 증가를 들었다. LG전자는 원가·공급망 개선과 구독·스마트TV 플랫폼·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로 충격을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결과가 갈린 배경으로 양사의 리더십 차이가 거론된다. 류 사장은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에 입사해 여러 사업을 거쳐 2021년부터 가전을 이끌었다. 제품 판매 의존 구조를 구독·B2B·온라인직접판매(D2C)로 피보팅(사업전환)하는 데 앞장섰다. CEO 취임 후 품질·비용·납기(QCD)와 연구개발을 우선순위에 뒀다. 본업의 기초부터 강화하는 것을 위기 처방으로 내놓은 것이다.

노 사장은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갤럭시 개발과 모바일경험(MX)사업에서 경력 대부분을 쌓은 스마트폰 전문가다. DX부문장 취임 후 삼성전자는 저수익 품목과 생산·판매 거점 정리, 외주 생산과 비용 효율화를 확대했다. 문제는 제품 경쟁력 강화 전략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류 사장이 본업을 고치면서 새 수익원을 마련했다면, 노 사장은 손실 부문을 덜어내는 대응을 우선했다. 그 차이가 이번 실적에서도 나타났다는 평가다.

노 사장이 경쟁력 강화보다 '몸집 줄이기'에 주력하자 내부에서도 리더십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온다. "노 사장이 DX 전체를 아우르기보다 MX에 힘을 싣고 TV·가전을 상대적으로 홀대하는 기조가 은연중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부 평가라 해도 노 사장이 아직 MX사업부장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는 완제품 전체를 이끌 수장에게 결코 가볍지 않다.

노 사장의 전문 영역인 스마트폰 성과도 좋지 않았다. 삼성전자 MX·네트워크 사업은 올 2분기 매출 33조2000억원을 올리고도 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부문이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애플은 비슷한 기간(2026 회계연도 3분기)에 356억9500만달러(약 51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가전·TV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는 애플이 시장 악재를 수익 구조 안에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위기에서는 사업을 접고 규모와 비용을 줄이는 결단도 필요하다. 그러나 기업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을 외면하면 다음 성장은 만들 수 없다. 기업의 리더십은 결국 숫자로 증명된다. "부품·원자잿값이 올라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설명이 시장에서 통용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