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기업용 SSD(eSSD) 수출단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AI 서버용 고부가 제품이 시장을 이끌면서 범용 낸드 가격 상승세 둔화 흐름이 가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eSSD 가격 강세가 낸드 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비칠 수 있지만, 범용 낸드는 여전히 공급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 제품군별로 시장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4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SSD 수출단가는 ㎏당 2만5072달러로 전월 대비 19% 상승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플래시메모리(낸드) 수출단가는 ㎏당 6만1751달러로 전월보다 1% 하락했다.
관세청은 낸드플래시 칩과 SSD를 별도 품목으로 집계한다. 낸드는 스마트폰과 PC, 서버 등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인 반면 SSD는 낸드를 기반으로 만든 완제품 저장장치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기업용 SSD는 일반 소비자용 SSD보다 저장용량과 성능이 높아 평균 단가도 높다.
업계에서는 이번 SSD 수출단가 상승을 단순한 가격 인상보다 AI 서버용 고용량 eSSD 출하 확대에 따른 제품 믹스 변화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관세청의 수출단가는 수출금액을 순중량으로 나눈 값으로, 제품 가격뿐 아니라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아질 경우에도 상승할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용량 eSSD 출하 비중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SSD 평균 단가도 함께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기업용 SSD 출하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번 SSD 수출단가 상승 역시 단순한 가격 인상보다 고용량 eSSD 비중 확대에 따른 제품 믹스 변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범용 낸드 시장은 AI 서버용 eSSD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수요는 지난해보다 개선되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제한적인 데다 제조사들의 공정 전환에 따른 비트(Bit) 공급 증가가 이어지면서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 부담과 공급 과잉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서버용 eSSD가 낸드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범용 제품은 수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약한 만큼 두 시장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해 낸드 시장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AI 서버용 eSSD를 꼽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기업용 SSD 수요는 견조한 반면 스마트폰과 PC 등 소비자용 시장은 구매가 여전히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범용 낸드 가격의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AI 서버용 eSSD의 강세가 범용 낸드 시장의 둔화 흐름을 가리는 '착시 효과'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모리 업체들의 사업 전략도 기업용 제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하반기 낸드 사업 전략으로 AI 중심 제품 믹스를 확대하고 PCIe Gen6 기반 기업용 SSD와 AI 서버용 KV(Key-Value) 캐시 SSD 공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솔리다임과 함께 고성능 TLC와 대용량 QLC 기반 기업용 SSD 제품군을 확대하며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서버용 eSSD 가격과 출하가 워낙 강세를 보이다 보니 낸드 시장 전체가 좋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범용 낸드는 소비자용 수요 회복이 제한적인 데다 공급 부담도 여전해 두 시장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