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해 하반기 내에 가동률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가동률은 70~80% 수준으로 추정되며, 수주잔고와 계약 진행 상황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이 사실상 확실시된다는 게 삼성 안팎의 분위기다. 지난 2024년 이후 가동률 50%를 밑돌며 장기 부진을 겪었던 파운드리 라인이 1년여 만에 완전 가동 단계에 근접하면서, 사업부의 만성 적자 구조에도 변곡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가동률 상승의 배경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베이스다이와 미국 빅테크 대형 고객 중심의 첨단 제품 수요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6세대 HBM(HBM4)에 4나노 공정이 적용되면서 메모리 초호황이 파운드리 가동률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와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고객을 중심으로 2나노 공정 수주가 확대되고 있으며, 브로드컴 등 대형 고객사와의 프로젝트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의 가동률은 공장이 실제로 얼마나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반도체 위탁생산은 설비 투자 규모가 커 고정비 부담이 크고, 라인이 쉬면 쉴수록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지난해 만성 적자를 낸 것도 4나노·5나노 등 성숙 공정 라인의 가동률이 50%를 밑돌며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반대로 가동률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매출 증가분이 곧바로 이익으로 연결된다.
수주 다변화 움직임도 눈에 띈다.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퀄컴, AMD,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 시작했다. 테슬라 역시 차세대 칩 물량을 2나노 공정에 맡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장기 수주 파이프라인이 한층 두터워지고 있다. 다만 실제 대규모 양산 계약으로 이어지려면 2나노 수율이 70%대에 안착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시각으로, 현재 60%대로 추정되는 수율이 앞으로 얼마나 빠르개 개선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사업 구조 재편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올해 첨단공정 매출 비중은 50%를 넘어설 전망이며, AI·HPC향 매출 비중은 지난해 10%대 후반에서 올해 3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2세대 2나노(SF2P) 공정 기반 모바일 제품 양산이 시작된다. 생산능력 확충도 속도를 낸다. 미국 텍사스 테일러 1공장은 계획대로 올해 가동을 준비 중이고, 테일러 2공장은 연내 착공해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1.4나노 공정에 대한 고객 문의가 늘면서 추가 팹 확보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달 30일 열린 삼성전자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 노드에 걸쳐 가동률이 전년 대비 개선되고 있다"며 "8나노 이하 선단 공정은 고성장 수요 강세 제품 중심의 판매 극대화를 통해 최대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올해 2나노 프로젝트 수주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으며, 흑자전환 시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가까운 시일 내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증권가에서는 파운드리와 시스템 LSI 등 비메모리 부문이 이르면 3분기, 늦어도 4분기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동률 정상화에 더해 웨이퍼 가격 인상 효과까지 반영되면 손익 개선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가동률 100% 달성 자체보다 2나노 수율이 70%를 넘어서는지가 퀄컴·AMD 등 대형 고객사의 본격 수주로 이어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동률 정상화는 파운드리 사업의 손익분기점 통과를 알리는 선행지표이지만, 실질적인 체질 개선을 확인하려면 2나노 수율 안정화와 대형 고객사의 실제 양산 전환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