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부품 가격 급등으로 스마트폰 가격을 계속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고 교체를 유도하기 위해 '소유'에서 '이용' 중심의 판매 모델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기기 임대 서비스인 '애플 업그레이드(Apple Upgrade)'를 시작했습니다. 아이폰과 맥,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을 월 이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월 이용료는 아이폰 17.99달러, 아이패드·애플워치 11.99달러, 맥 24.99달러부터죠. 이용자는 계약 기간 매월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계약 중에도 잔여 기기값을 모두 내거나 최신 모델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기기를 소유하거나 반납하는 방식입니다.
삼성전자는 국가별 시장 특성에 맞춰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소비자가 월 기기 이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임대' 모델인 반면, 삼성은 기기를 구매한 뒤 일정 기간 후 되사주는 '잔존가 보장' 모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은 국내에서는 스마트폰 구매와 관련, '뉴 갤럭시 AI 구독 클럽'을 통해 일정 기간 사용 후 최대 50%의 잔존가를 보장해 줍니다. 인도에서는 올해부터 '갤럭시 포에버' 프로그램을 도입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제품에 대해 1년 사용 후 반납(Return), 최신 모델로 교체(Upgrade), 계속 사용(Retain)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보상판매(Trade-In)와 무이자 할부, 금융 프로그램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스마트폰 가격 상승 구조를 꼽습니다. AI 기능 고도화와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제조 원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제조사들은 판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지만,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도 동시에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애플의 임대 서비스는 메모리 공급 부족 등을 이유로 맥과 아이패드 가격을 수백 달러 인상한 직후 발표됐습니다. 9월 공개될 새 아이폰 시리즈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애플이 가격 인상에 따른 수요 감소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로 임대 서비스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하드웨어 혁신의 둔화입니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2년마다 새 기기로 바꿀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교체 주기는 3~4년 이상으로 길어졌고,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월 임대와 잔존가 보장 프로그램은 소비자의 초기 부담을 낮춰 교체 시기를 앞당기는 동시에, 회수한 중고 기기를 재정비해 다시 판매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단순한 판매 촉진을 넘어 고객 락인(lock-in) 전략이기도 합니다. 소비자가 1~2년 주기로 같은 브랜드의 기기를 교체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경쟁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앱스토어·클라우드·AI 서비스 등 생태계 이용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이 자동차처럼 '한 번 사고 오래 쓰는 제품'에서 '매달 비용을 내고 최신 모델을 이용하는 서비스'로 전환되는 과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제조사들도 고객을 생태계 안에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느냐가 중요해진 것이죠.
방효창 두원공과대 스마트IT학과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기기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 삼성과 애플 등 제조사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임대나 잔존가 보장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싶은 게 있다"며 "다만,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관점에서 제품 판매에 초점을 뒀지만, 애플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앱 생태계에서 추가 이익을 낼 수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