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현대오토에버는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ERP)과 클라우드 전환 사업 호조로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반면, 삼성SDS와 LG CNS는 각각 선행 투자 확대와 프로젝트 이연 등의 영향으로 이익 개선이 제한됐다.

미래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사업의 진척도는 현재 실적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삼성SDS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독형 서비스(GPUaaS)와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수주와 가동 성과를 구체화하고 있고, LG CNS도 올해 그룹사 사업과 실증을 거쳐 내년부터 피지컬 AI 대외 사업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다. 반면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전략에서 맡을 역할과 사업 규모, 수익화 시점이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픽=정서희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2분기 매출 1조2507억원, 영업이익 9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20%, 11.3%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모두 웃돌았다. 실적은 엔터프라이즈 IT 사업이 이끌었다. 이 부문 매출은 1조3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9% 증가했다. 클라우드 수요가 늘고 그룹사의 차세대 전사적 자원 관리(ERP) 구축 등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비율이 커진 영향이다. 1분기에서 넘어온 엔터프라이즈 IT 매출 약 200억원이 반영된 영향도 있다.

삼성SDS는 2분기 매출 3조7178억원, 영업이익 23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0.7% 증가했다. 클라우드 매출은 7794억원으로 17% 늘었지만, 공공·금융 등 대외 신규 사업 확대를 위한 선행 투자와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 증가 폭은 크지 않았다. IT 서비스 부문 영업이익률도 전년 동기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LG CNS는 2분기 매출이 4.2% 증가한 1조520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279억원으로 9.2%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일부 계열사 프로젝트의 계약 일정이 하반기로 미뤄진 데다 신규 AI 플랫폼과 피지컬 AI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송광륜 LG CN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1일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연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하반기 계약 체결과 사업 수행이 본격화되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지컬AI. /조선DB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단기적인 실적만으로 중장기 미래를 가늠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해석한다. 특히 각사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공들이는 AI 사업의 성적표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세 회사 모두 AI 인프라 확대, AX 등 그룹사의 AI 전환을 지원하고 있으며, 로봇과 제조·물류 시스템을 결합하는 피지컬 AI 사업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삼성SDS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GPU 서비스와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가동·수주 현황을 공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삼성클라우드플랫폼(SCP)을 통해 엔비디아의 'B300' 기반 GPUaaS를 출시했는데 수요가 늘면서 잔여 가용 물량이 제한된 상태다. 3분기부터는 B300이 완전 가동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준희 삼성SDS 대표는 "최신 GPU 모델에 대한 견고한 수요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도 계약이 발생했다. 삼성SDS는 데이터센터의 설계·구축·운영을 위탁받는 기업용 DBO 사업에서 1분기 첫 수주를 확보했고, 2분기에도 여러 사업 기회가 구체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110메가와트(MW)인 AI 인프라 규모는 2029년 230MW, 2031년 800MW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 CNS는 기업용 AI 플랫폼과 AI 연산 인프라,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1분기 기업용 에이전틱 AI 플랫폼 '에이전틱웍스'를 출시한 데 이어 2분기에는 로봇 학습·운영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선보였다. 지난 7월에는 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AI 연산 자원을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XPU웍스'도 출시했다.

특히 피지컬 AI 사업은 올해 그룹사 프로젝트와 현장 실증을 통해 사업 사례를 확보하고, 내년부터 외부 고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 CNS는 최근 LG전자와 1897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휴머노이드 로봇 학습에 필요한 GPU 인프라와 피지컬웍스를 공급하기로 했다. 컬리와 진행한 1차 개념 검증(PoC)도 마쳤다. 회사는 올해 현장 검증과 플랫폼 고도화에 집중한 뒤 2027년부터 제조·물류 고객을 대상으로 로봇 전환과 로봇 데이터 팩토리 구축 사업을 본격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투자에 따른 사업 기회가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역할과 사업 규모, 수익화 시점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오는 8월부터 현대차그룹의 로봇 훈련·검증 시설인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가 운영될 예정이지만, 현대오토에버가 맡을 업무와 관련 매출 규모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증권가도 그룹의 AI·로봇 투자가 현대오토에버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이었던 시장 기대와 달리 현대오토에버가 수행할 신사업의 구체적 규모와 시점, 재원 마련안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 최고경영진의 회동이 잇따랐음에도 신사업 가시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