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11의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8GB(기가바이트) 램을 탑재한 저사양 PC에서 윈도11이 쾌적하게 돌아가도록 운영체제(OS)를 경량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MS는 인공지능(AI) 기능을 앞세워 16GB 램을 사실상 기본 사양으로 밀어붙여 왔는데, 메모리 값이 하드웨어 PC 가격 상승을 압박하자 저사양 기기의 사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력 OS를 손보는 처지가 됐다.

MS 서피스 랩톱. /MS 제공

◇ 8GB 서피스, 값 낮추려 램 반 토막 냈지만 성능 발목

3일 MS에 따르면, 파반 다불루리 윈도·디바이스 부문 총괄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올 연말까지 윈도의 메모리 사용량을 줄여, 8GB 이상 램을 쓰는 PC에서 윈도의 빠른 반응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도 "메모리 용량이 작은 기기에서 윈도의 성능을 높이고 윈도 업데이트 환경을 간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작업이 이뤄지는 직접 원인은 MS가 지난 6월 출시한 8GB 서피스 프로·서피스 랩톱에서 메모리 부족으로 멀티태스킹 성능과 응답 속도 저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MS는 2024년 새로운 AI PC 브랜드 '코파일럿+(Copilot+) PC'를 도입하며 최소 사양으로 16GB 램을 기준으로 삼았고, 이후 8GB 서피스는 신제품 라인업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메모리 대란으로 기기 가격이 상승하자, MS는 진입 가격을 낮추기 위해 약 2년 만인 지난 6월에 8GB 서피스를 다시 시장에 내놨다. 그러나 윈도가 그동안 사양을 높여온 탓에 8GB 서피스에서 메모리가 모자라 굼뜬 반응이 나타난다는 이용자 불만이 잇따랐다. 윈도의 최소 램 사양은 2007년 윈도 비스타 512MB, 2009년 윈도7 1GB, 2021년 윈도11 4GB 등으로 계속 불어났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더 버지는 8GB 서피스를 이용해 본 결과, 크롬(Chrome) 브라우저에서 여러 탭을 열고 화상 통화를 하면서 업무용 메신저 슬랙을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8GB 램이 병목 현상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윈도11의 최소 사양은 램 4GB지만, 8GB 램으로는 동영상 편집 같은 무거운 작업이 아니라 일상 작업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가형 PC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맞물렸다. 애플은 지난 3월 8GB 램을 장착한 보급형 노트북 '맥북 네오'를 출시했는데, 최적화된 맥OS(MacOS)로 무리 없는 성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IT 전문 매체 톰스가이드는 일반적으로 윈도11은 유휴 상태일 때 약 3~4GB 램을 사용한 반면, 맥OS는 1.5~2GB 램을 사용했다며 '무거운 윈도'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8GB 서피스 랩톱 가격은 950달러(약 136만원), 8GB 맥북 네오 가격은 599달러(약 100만원)로 서피스가 더 비싸다.

MS의 이번 조치는 저사양 기기를 위해 주력 OS를 다이어트시키는 셈이어서 주목된다. 과거에도 넷북용 윈도7 스타터, 교육용 윈도11 SE처럼 사양을 덜어낸 OS는 존재했지만, 이는 별도 OS로 새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주력 OS를 저사양에 맞춰 깎는 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례적 대응의 배경에는 저용량 램 기기가 당분간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온디바이스 AI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텍스트 위주의 연구 업무라면 고사양 기기가 필요하지 않는다"면서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시장에는 저용량 램을 탑재한 기기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