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이동통신 3사가 5G·LTE 통합 요금제를 2만원대까지 확대하면서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가 도매대가 인하와 전파사용료 감면 등을 담은 지원책을 내놨다. 다만 연간 약 250억원으로 추산되는 비용 절감 혜택은 사업자별로 차이가 큰 반면, 고객 상담과 보안 기준 강화, 자체 설비 투자 유도는 영세 사업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알뜰폰 지원보다 대형·계열사 중심의 시장 재편과 부실 사업자 정리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원보다 구조조정에 무게 둔 강자만 살리는 정부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이통 3사의 신규 통합요금제를 알뜰폰 사업자에도 도매 제공하는 내용의 '알뜰폰 2.0' 정책을 발표했다. 수익배분형 도매요금제(가입자가 낸 통신요금을 이통사와 알뜰폰사가 일정 비율로 나누는 요금제) 약 90종에는 데이터 안심옵션(QoS)을 추가 비용 없이 적용하고, 5G 요금제 약 15종의 도매대가는 1~3%포인트 낮춘다. 중소·중견 알뜰폰사의 전파사용료 감면율도 50%에서 90%로 높인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알뜰폰 업계의 비용이 연간 약 25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동시에 고객센터와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강화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자는 인수·합병이나 휴·폐업을 통해 정리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손질한다.

◇ 250억원 절감한다지만… 영세업체 체감 효과 제한

정부 대책은 최근 이통 3사가 2만원대 저가 요금제까지 데이터 안심옵션을 확대한 데 따른 대응이다. LG유플러스는 6월 1일, KT는 7월 1일, SK텔레콤은 7월 2일부터 5G·LTE 통합요금제를 시행했다. 통합요금제는 기본 데이터를 모두 사용한 뒤에도 400Kbps 등의 속도로 추가 요금 없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저가 요금제에서도 알뜰폰과의 서비스 격차를 줄였다. 가족·인터넷 결합 할인과 멤버십, 오프라인 대리점, 고객센터까지 갖춘 이통사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알뜰폰의 핵심 경쟁력인 '싼 요금'의 차별성이 약해졌다.

정부는 5G 수익배분형 알뜰폰 요금제 약 15종에서 알뜰폰사가 이통사에 지급하는 도매대가의 배분율을 1~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통신요금 자체를 1~3%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자가 낸 요금 가운데 이통사에 돌아가는 몫을 줄이는 방식이다. 알뜰폰사가 가입자 한 명당 이통사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수익성을 개선하고, 요금 인하나 데이터 제공량 확대 등 상품 경쟁력을 높일 여지가 생긴다. 다만 인하 폭은 이통사와 요금제별로 다르며, 절감된 비용을 실제 소비자 요금 인하에 활용할지는 각 알뜰폰 사업자의 판단에 달렸다.

정부가 제시한 연간 약 250억원은 현금 지원액이 아니다. 도매대가 인하와 안심옵션 무상 적용, 전파사용료 감면 확대에 따른 업계 전체 비용 절감액을 합산한 추정치다. 정부는 항목별 절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알뜰폰 업계가 2024년 258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지만, 혜택이 모든 사업자에게 고르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도매대가 인하 효과는 대상 5G 수익배분형 요금제 판매가 많은 사업자일수록 크다.

◇ 상담·보안·설비 기준 높여… 대형사 중심 재편 가능성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에 가입자 1만명당 상담원 1명, 최소 3명 이상의 상담 인력을 두도록 하고 고객센터 평가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부정 개통 방지와 개인정보 보호, 자본금·고객센터 등 등록 요건 충족 여부도 전수 조사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알뜰폰 사업자 59곳 중 35곳은 가입자가 10만명 이하이고, 12곳은 1만명에도 못 미친다. 6곳은 폐업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인수·합병 때 이용자가 유심을 바꾸지 않고 전산상 자동 이전되도록 하고, 휴·폐업 시 이용자 보호계획 제출 의무도 확대한다. 소비자 불편을 줄이는 한편,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자의 매각과 퇴출을 쉽게 해 시장 재편을 촉진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사업자의 운영 기준뿐 아니라 향후 성장 모델도 자본력을 갖춘 업체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과금·수납과 가입자 인증 설비를 갖춘 '서비스형', 트래픽 관리 설비까지 보유한 '독립형'의 법적 지위를 신설하고 내년까지 3곳 이상을 육성할 계획이다. 금융·유통·레저 기업의 통신 진출을 돕는 알뜰폰 사업 지원자(MVNE)도 허용한다.

그러나 관련 설비와 전문 인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정책금융을 지원하더라도 가입자와 전산 시스템, 고객센터를 이미 확보한 이통사·대기업 계열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전파사용료 감면은 중소·중견 업체에 도움이 되지만, 서비스 기준 강화와 설비 투자까지 전체 대책을 보면 규모와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가 시장 재편 과정에서 유리할 수 있다"며 "영세 사업자가 기준을 맞추지 못해 퇴출되면 이들의 가입자를 대형 알뜰폰사가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