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032640)는 2023년 2월 해킹으로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돼 약 29만7000명의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회사는 위기를 겪은 이후 정보보호 투자 규모를 사고 이전의 3배 이상인 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2024년과 2025년 말에 "정보보호 투자를 각각 전년보다 30% 이상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죠. 첫해인 2024년에는 정보보호 투자액을 전년대비 31% 늘리며 약속이 지켜졌습니다. 하지만, 2025년 정보보호 증가율은 전년대비 16.7%에 그쳤습니다. 정보보호 투자 증가율이 1년 만에 반토막나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죠.
31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공시 종합포털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2023년 632억원에서 2024년 828억원으로 늘었습니다. 1년간 196억원(31%) 증가한 규모입니다. 2025년 정보보호 투자액은 966억2788만원으로 2024년보다 약 138억원 늘었습니다. 투자액 자체는 늘었지만, 전년대비 증가율은 2024년의 절반 수준(16.7%)입니다.
LG유플러스가 약속한대로 2025년 전년대비 정보호호 투자액을 전년보다 30% 이상 확대하려면 최소 1076억4000만원을 투자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KISA에 공시한 정보보호 투자액은 이보다 약 110억원 적었습니다. 투자를 줄인 것은 아니지만,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시 수치만 놓고 보면 회사가 스스로 제시한 연간 확대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물론 LG유플러스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정보보호에 지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의 정보보호 투자액은 2021년 292억원에서 2022년 442억원, 2023년 632억원, 2024년 82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정보보호 투자 증가세는 매년 잦아들고 있습니다. 회사의 전년 대비 정보보호 투자 증가율은 2022년 51.4%, 2023년 43%, 2024년 31%입니다. 그래도 30% 이상을 꾸준히 유지했죠.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정보보호 투자 증가율이 16.7%로 낮아진 것이죠. 아직 1000억원 수준의 정보보호 투자 역시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한 상황에서 말이죠.
LG유플러스는 "KISA 공시액에는 보안시설 투자비가 감가상각된 형태로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집행액보다 증가율이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는 공시액과 실제 집행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한 이유로 감가상각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로 언급한 것이죠.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 보안시설 투자비가 취득 시점에 전액 반영되지 않고, 설비 사용 기간에 걸쳐 나눠 반영된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특정 연도에 지출한 금액과 공시액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죠.
감가상각은 지난해에 새롭게 적용된 회계처리가 아닙니다. 이전 공시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됐습니다. 동일한 기준에서 투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만큼, 감가상각만으로 계획을 이행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회사의 설명대로 실제 집행액이 30% 이상 늘었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회사의 설명을 검증하려면 감가상각 전 실제 집행액과 공시액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규 투자액 가운데 공시에 반영된 금액이 얼마인지, 회계처리로 제외된 금액은 어느 정도인지 제시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LG유플러스가 정보보호 투자를 꾸준히 늘려온 점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입니다. 그러나 상장사가 시장에 제시한 수치 목표는 선언이 아니라 약속입니다. 공시 수치와 실제 집행액이 다르다면 그 차이와 이유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은 '투자를 늘렸다'는 주장보다 '약속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공시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뢰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고 이를 투명하게 입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