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깃발(왼쪽)과 LG전자 깃발./연합뉴스·뉴시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2분기 TV·가전·냉난방공조(HVAC) 사업 수익성이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전자는 14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약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LG전자는 매출 14조9164억원, 영업이익 1조14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차이는 4164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손익 격차는 1조1511억원까지 벌어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실적 방향은 지난해 말까지 대체로 비슷했다. 이익 규모는 LG전자가 대부분 앞섰지만, 업황과 계절성에 따라 수익성이 함께 오르거나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에는 두 회사 모두 관련 사업에서 나란히 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흐름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LG전자는 1·2분기 두 분기 연속 1조원대 합산 영업이익을 냈다. 이익률은 각각 8.0%, 7.6%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2000억원에 그친 뒤 2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 사업 체질 개선 속도가 만든 '디커플링'

업계에서는 이 같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의 배경으로 사업 체질 개선 속도의 차이를 꼽는다. TV·가전 시장은 현재 ▲수요 둔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 ▲미국 관세와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원자재 부담으로 업황이 꺾인 상태다. LG전자는 수년간 온라인 직접판매(D2C)와 기업간거래(B2B)를 확대하고, 스마트TV 운영체제인 웹(web)OS 기반 서비스와 제품 구독 등 반복 매출 사업을 키워 외부 충격을 완화했다. 삼성전자도 구독·스마트TV 사업을 넓히고 있지만, 제품 판매량과 규모의 경제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구조에서 충분히 벗어나지 못해 업황 악화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는 분석이다.

경영진의 대응 방향이 달랐던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작년 11월 대표이사 겸 DX(완제품)부문장에 선임돼 가전·TV·스마트폰 사업을 이끌고 있다. 노 사장의 취임 이후 삼성전자는 저수익 품목의 외주 생산 확대와 생산·판매 거점 정리, 자원 효율화를 단행했다.

반면 같은 달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류재철 사장은 품질·비용·납기 경쟁력 재건과 고성과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강조했다. LG전자가 본업 구조를 바꾸는 데 무게를 둔 반면, 삼성전자는 단기 비용 통제에 상대적으로 치우친 점이 실적을 가른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물량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구조라 업황이 좋을 때는 원가 경쟁력이 높지만, 수요와 비용이 동시에 흔들리면 손익 충격도 커질 수 있다"며 "LG전자는 수년간 사업 구조를 바꾸며 외부 충격을 흡수할 장치를 마련했고, 이런 준비 기간의 차이가 올해 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류재철 LG전자 사장./각 사

◇ 가전·TV·공조 모두 흑자 낸 LG… 삼성은 "원가 상승 탓"

LG전자와 삼성전자는 TV·가전·HVAC 시장에서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다만 실적 인식 방식이 달라 각 사업 성과를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업계에서는 다만 LG전자의 세 사업본부 합산치와 삼성전자의 가전·TV 실적에 핵심 사업 성과가 포함돼 있어 전반적인 비교는 가능하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TV·생활가전·공조·의료기기 등의 실적을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으로 묶어 발표한다. LG전자는 실적을 ▲가전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 ▲TV와 웹OS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HVAC 사업을 맡는 에코솔루션(ES)으로 구분한다.

LG전자의 2분기 HS는 매출 7조757억원, 영업이익 6859억원을 기록했다. MS는 각각 5조1146억원과 2194억원, ES는 2조7261억원과 2358억원이었다. 가전·TV·공조가 모두 흑자를 냈다. 삼성전자 VD·DA가 같은 기간 매출 14조5000억원에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점과 대조된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VD는 원가 증가 등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고, DA는 원가 상승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적자의 배경으로 업계 전반이 공통으로 겪는 비용 증가를 제시한 것이다.

반면 LG전자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물류비 부담 증가와 메모리 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위험 요인에도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원가구조 개선과 운영 효율화, 관세 환급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민균

◇ 신사업도 속도 차… LG는 수주·양산, 삼성은 방향 제시

양사는 가전·TV 시장의 구조적 침체에 대응해 인공지능(AI)과 로봇, AI 데이터센터 냉각을 신규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다만 이 분야에서도 사업화 속도에 차이가 나타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방어한 체력을 바탕으로 신사업에서 수주·인증·양산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가전·TV의 당면한 수익성 회복이 시급해 미래 사업에서는 아직 방향과 계획을 제시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은 상반기 수주액이 6000억원을 넘었고, 연말까지 수조원 수준의 프로젝트 수주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로부터 냉각수분배장치(CDU) 일부 모델의 인증도 마쳤다. 로봇 부문에서는 액추에이터 파일럿 라인에서 초도품을 생산하고, 하반기부터 외부 고객 대상 수주와 양산 체계 구축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해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 진입하고, 로봇 조직인 RX사업추진실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격상했다. 제조·물류 현장에서 기술과 데이터를 축적한 뒤 다목적 휴머노이드와 소비자용 로봇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주 규모와 매출 목표, 상용화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구독과 B2B, 웹OS를 수년간 키운 뒤 신사업에서도 수주와 양산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메모리 호황으로 가전·TV 부진의 전사 영향이 제한적인 만큼 근본 경쟁력 강화보다 저수익 품목과 지역을 정리하는 비교적 쉬운 처방을 먼저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