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 애플과 삼성전자가 지난 4~6월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스마트폰 사업만 놓고 보면, 두 회사 모두 제품 판매는 잘했다. 하지만, 애플은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수익을 잘 남겼지만, 삼성전자는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음에도 반도체 메모리 등 부품 가격 급등 파고를 넘지 못했다. 애플의 수장 팀 쿡 CEO는 4~6월 분기 사상 최고 매출로 임기 내 마지막 실적 발표회를 장식했지만, 삼성전자의 수장 노태문 DX부문장(사장) 겸 MX사업부장과 최원준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사상 첫 분기 적자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애플은 30일(현지시각) 2026년 회계연도 3분기(4~6월) 아이폰 매출이 542억5000만달러(약 75조원)로 전년대비 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의 전망치(538억6000만달러)를 넘어서는 결과다. 아이폰이 잘 팔리자 애플 전체 매출 역시 전년대비 16% 증가한 1094억2000만달러(약 157조원)로 전문가들의 전망치 1086억5000만달러를 웃돌았다. 4~6월 애플 전체의 매출총이익률(총마진율) 역시 전년보다 3.6%포인트(P) 오른 50.1%를 기록했다. 애플 매출에서 아이폰은 절반가량, 나머지 30%는 앱스토어와 아이클라우드 구독료인 서비스 매출이, 10%는 PC인 맥북이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30일 4~6월(2분기)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 매출이 전년대비 13.7% 늘어난 33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는 4~6월 영업이익은 전년도 3조1000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 영업손실 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MX·네트워크에서 네트워크 사업은 해외 매출로 실적이 전년대비 개선된 것을 감안하면 적자는 스마트폰 부문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적자에 대해 "부품 원가 상승 등 업계 전반의 비용 부담 확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도 메모리 등 핵심 부품 가격 상승이 수익성을 훼손했다는 이야기다.
◇ 원가 상승 흡수 능력으로 희비 교차… 높은 로열티·안정적 수익 구조가 위기 상황서 빛나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직전 분기와 비교해 각각 50%, 90% 이상 올랐다. 통상 메모리는 스마트폰 제조 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다만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우 그 부담이 더욱 크다. 카운더포인트리서치는 전체 원가에서 메모리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달러(약 29만원) 이하 보급형 스마트폰의 경우 43%에 달한다고 봤다. 반도체 가격은 2분기에도 지속적으로 올랐다.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칩플레이션(메모리+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원가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수익 구조 차이가 애플과 삼성전자의 희비를 가른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아이폰 라인업을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운영하며 높은 평균판매가격(ASP)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고가 플래그십부터 중저가 갤럭시A 시리즈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운영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출하량 측면에서는 경쟁력을 갖지만, 스마트폰 한 대를 판매할 때 남기는 수익성은 애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ASP는 340달러로 애플(908달러)의 37%에 불과하다.
결국 메모리 등 부품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한 대당 얼마나 남기는가'의 차이가 승부를 가른 것이다. 높은 ASP와 마진을 가진 애플은 원가 상승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컸던 반면, 삼성전자는 가격 인상에도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방효창 두원공과대 스마트IT학과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는 "애플은 고가 스마트폰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20~30%의 순수 마진율을 낸다"며 "반면 삼성의 중저가형 제품군은 마진이 거의 없고 고가 제품인 플래그십은 애플보다 낮은 15%의 마진율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제프 필드핵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디렉터는 "애플은 경쟁사들과 달리 부품원가(BOM)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과 메모리 위기 사황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구조를 보여준다"고 했다.
그렇다고 삼성이 애플처럼 고가 중심의 전략을 펼칠 수도 없는 것도 현실이다. 삼성은 애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지도와 고객 로열티가 낮아서 중저가 제품군을 내놓지 않으면 중국 업체들에게 시장을 내주게 돼 설 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 中 공급망 물색하는 애플도 한계에… "삼성도 부품가 상승만 탓할 수 없어"
다만 앞으로의 상황은 애플에게도 부담이다. 애플은 이날 7~9월 매출증가율 가이던스를 9~11%로 제시됐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전망치 12%에 못 미치는 수치다. 애플도 메모리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고, 공급망에서도의 지위도 예전만하지 못하다. 여기다 애플은 최근 메모리 가격 급등 영향을 해소하고자 중국 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 여야 상원위원들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제품을 구매하지 말 것을 촉구하면서 난처한 상황이다.
팀 쿡 CEO는 새로운 공급처에서 메모리를 조달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모두 알다시피 D램 시장에는 주로 세 곳의 공급업체가 있다"며 "공급업체가 더 많아지면 공급 측면에서 도움이 되고, 가격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이를 놓고 블룸버그는 쿡 CEO가 중국 칩 제조업체를 메모리 칩 생산에 활용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공급망 관리 상황도 예전만하지 않다. 공급 차질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제품의 핵심 칩 공급 문제다. 맥과 아이폰 같은 기기에는 더 빠른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컴퓨터 칩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필요하다. 애플은 해당 칩 대부분을 대만에 본사를 둔 TSMC를 통해 생산해왔다. 쿡 CEO는"솔직히 말해서 이는 일반적인 공급 문제가 아니라 수요 예측 문제"라며 "앞으로 한 분기 동안 공급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했다.
홍인기 경희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애플이 시장에서의 굳건한 지위로 이전에 계약한 공급가로 부품을 조달받거나 재고를 미리 쌓아 호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애플도 중국 공급망을 모색하는 것을 보면 한계에 다달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부품가격 상승만을 스마트폰 사업 적자의 원인으로 보기는 탓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급망 관리, 제품 가격, 마케팅 등을 통한 경영진의 영역도 있기 때문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이 강자지만, 삼성은 브랜드와 로열티 측면에서는 애플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며 "노태문 DX부문장이 단기 판매 성과에만 신경쓰고 장기적 과점에서 브랜드, 로열티 개선에 신경 쓰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서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태문 DX부문장이 그동안 갤럭시 신화를 잘써왔지만, 이제는 삼성이 시장을 확대해온 전략에 경영상 변화를 줘야할 시점"이라며 "이번 실적 희비는 위기상황에서 삼성이 애플과 비교해 마진 구조, 공급망, 수익률 관리가 부진했던 게 절실히 드러난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