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업계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6세대 HBM(HBM4)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으며, 새로운 '큰손'으로 부각한 AMD도 삼성전자를 주력 공급사로 두고 AI 플랫폼 '헬리오스'에 삼성전자 HBM4를 우선 배치하는 등 업계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더 탄탄해졌다.
◇UBS "내년 HBM 시장 구도 변화, 삼성이 1위 올라선다"
30일(현지시각) 투자은행 UB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4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내년까지 절대 물량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것으로 분석됐다. UBS의 니콜라스 고도아 애널리스트는 고객 노트에서 삼성전자가 내년 HBM 비트 출하량의 41%를 차지하며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48%로 1위를 지키다 내년 39%로 밀려 2위로 내려앉고, 마이크론이 20%로 3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UBS는 앞서 5월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2027년까지 SK하이닉스와 동등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봤는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역전 시점을 앞당겨 잡았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HBM4 인증·수율 개선 속도의 경우 삼성전자가 가장 빠르게 진도를 보이고 있다"며 "하이퍼스케일러 인증과 공급량 증가 속도로 봤을 때 UBS의 관측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장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엔비디아는 삼성전자 HBM3E 구매에 소극적이었지만, HBM4에는 적극적으로 채택 의사를 보이고 있다. AMD 역시 메인 공급사로 삼성전자를 택해 차세대 AI 시스템 '헬리오스'에 삼성전자 HBM4를 우선 배치하고 있다. HBM4 세대로 넘어가면서 SK하이닉스가 그동안 지켜온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HBM 설비투자 확대…물리적 증설 공간은 한계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UBS는 SK하이닉스 경영진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연간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40조원대 후반 수준으로 상향했다고 짚었다. 다만 경기 이천, 충북 청주 등 기존 생산기지만으로는 평택에 넓은 유휴 부지를 확보한 삼성전자보다 증설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장기공급계약(LTA) 재계약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10건이 체결됐고,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주요 완제품업체(OEM)와의 계약도 포함됐다. UBS는 이런 계약이 단기 판매가격 상승 여력은 제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익성과 주주환원에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실적에서도 SK하이닉스의 HBM4 전환 속도가 삼성전자에 뒤처지는 정황이 나타난다. UBS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 대비 30% 상승하는 데 그쳤는데, HBM4 출하가 분기 후반에야 본격화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가 HBM4 물량을 먼저 늘리며 엔비디아·AMD향 공급을 확대하는 사이, SK하이닉스는 HBM4 전환이 늦어지며 단가 상승 효과도 그만큼 늦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