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 사옥의 모습. /뉴스1

삼성전자가 특별성과급 충당금을 반영하고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30일 열린 2026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56%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의 약 10.5%에 해당하는 특별성과급 충당금을 반영하고도 거둔 성과다.

업계의 예상대로 삼성전자는 이날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의 견조함과 장기공급계약(LTA) 등의 호재를 언급했지만, 가장 이목이 집중된 건 분기마다 조 단위 적자가 지속됐던 파운드리 사업부의 흑자전환이 가까워졌다는 발언이었다. 수요·공급 사이클에 실적이 좌우되는 메모리와 달리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펀더멘털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사는 D램·낸드플래시 가격 급등과 HBM4(6세대 HBM) 판매 확대, 2나노 수주 확대 등 구체적 수치를 함께 제시하며 하반기 실적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 성과급 충당금에도 매출·영업익 모두 역대 최대

박순철 삼성전자 CFO(부사장)는 "AI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빠른 시장 대응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했다"며 "글로벌 경기 변동성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핵심 사업에서 축적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입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회사는 2분기에 상반기 누계 기준 영업이익의 약 10.5%에 해당하는 특별성과급을 충당했다고 밝혔다. 다만 충당금 전액이 2분기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반영된 것은 아니며, 제조원가·노무비 성격으로 자산화된 나머지는 해당 재고가 판매되는 시점에 매출원가로 순차 인식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D램 평균거래가격(ASP)이 전분기 대비 40%대 중반, 낸드 ASP는 60%대 후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비트 출하량은 D램이 전분기 대비 10%대 초반 늘어 가이던스를 웃돌았고, 낸드는 한 자릿수 초반 증가하며 가이던스에 부합했다. D램과 낸드 모두 역대 최대 비트 출하량을 기록했으며, 서버용 제품 비중도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를 중심으로 추가 공급 요청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HBM 사업에서도 구체적 성과가 제시됐다. 회사는 "3분기 HBM4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확대될 것"이라며 "하반기 기준 HBM4 매출이 HBM 전체 매출의 60%를 넉넉히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 중 전체 D램 시장점유율과 동등한 수준의 HBM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면서 균형 잡힌 D램 사업 포트폴리오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E(7세대 HBM) 샘플도 출하했다.

수요 강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김 부사장은 "생산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며 "내년에도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또 AI 프런티어 모델 개발사들이 클라우드 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직접 메모리 구매와 장기공급계약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3분기 비트 출하량은 D램이 전분기 대비 한 자릿수 중반, 낸드는 한 자릿수 후반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 파운드리 흑자전환 "가까운 시일 내 가능"… 2나노 수주 2배

삼성전자가 공개한 평택캠퍼스 내부. /삼성전자

삼성전자 실적의 '디스카운트' 요소였던 파운드리 사업부도 이전과 다르게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가까운 시일 내 흑자 전환을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수주 산업의 특성상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가까운 시일 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가격 변동에 실적이 좌우되는 메모리와 달리, 파운드리 흑자 전환은 수주 기반 사업구조 재편의 결과인 만큼 한번 자리 잡으면 회사의 중장기 수익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강석채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2분기에는 메모리 HBM 베이스다이와 미주 고객 수요 증가에 힘입어 매출이 증가했다"며 "충당금 반영 전 기준으로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고 밝혔다. 회사는 전년 대비 올해 수익 개선이 30% 이상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며, 고성장 영역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주 모멘텀도 뚜렷하다. 회사는 "대형 CSP 고객 및 AI·HPC 고객사들의 2나노 과제를 수주했고 고객들이 제품 설계에 착수했다"며 "이러한 모멘텀을 바탕으로 2026년 2나노 수주 과제 수는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로드컴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와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논의하며 신규 수주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HPC 응용처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10%대 후반에서 올해 30% 이상으로, 선단 공정 매출 비중은 하반기 과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능력 확대도 본격화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선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 속도가 고객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테일러 팹1은 2026년 가동 준비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 2나노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증가하는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테일러 팹2 역시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말 공사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며 "1.4나노에 대한 고객 문의가 증가함에 따라 추가 팹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고객사 수주 상황과 협의 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이사회는 이날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374원의 2분기 현금배당을 의결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매년 9조8000억원 규모의 정규 배당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번 분기 배당액은 약 2조4500억원으로 8월 중 지급된다. 올해는 이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이 끝나는 해다. 삼성전자는 "올해 특별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방안을 이사회와 경영진이 적극 논의하고 있다"며 "다음 정책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