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삼성전기 제공

삼성전기가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를 포함한 글로벌 빅테크와 잇따라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40%에 육박했지만 지난해말 기준 27%까지 낮아진데 이어 올해는 미국 빅테크와 직접 거래 비중을 늘리면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확보했다.

30일 삼성전기는 2분기 매출 3조3000억원대, 영업이익 4000억원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12%대로 분기 기준 두 자릿수를 회복한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기는 오는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예고하기도 했다.

◇"톱티어 클라우드 사업자 등 10여개사와 장기공급계약"

삼성전기는 최상위권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및 주요 반도체 업체 등 10여개 고객사와 MLCC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MLCC 최선단 제품은 성능과 신뢰성 측면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이 필요해 대응 가능한 업체가 당사를 포함해 소수에 불과하다"며 "시장 내 수급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주요 고객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한 장기공급계약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 확대는 실적에도 반영됐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과 전기차(xEV)용 출하 증가로 2분기 전체 MLCC 재고가 감소했으며, 산업용·전장용 등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로 혼합 평균판매가격(Blended ASP)도 전 분기 대비 재차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에도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중심의 AI 서버용 수요와 두 자릿수 증가가 예상되는 전기차 출하에 힘입어 MLCC 매출과 혼합 ASP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핵심 원재료인 티타늄(Ti) 수급 관리도 과제로 떠올랐다. 회사는 "AI 수요 증가에 따라 티타늄 수급 상황이 더욱 빠듯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전략적인 가격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응용처별로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고도화에 따른 소형·초고용량 제품과 48V 전원 시스템용 고전압 제품 등으로 제품군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FC-BGA도 순항…톱티어 반도체 기업과 투자지원 포함 LTA 협의

패키지 기판 사업에서도 빅테크와의 직접 협업이 본격화됐다. 삼성전기는 그동안 PC·네트워크용 제품 위주로 소수의 대형 반도체 설계업체에 납품해왔고 서버용은 2022년에야 국내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는데, 이번 분기부터는 신규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를 대상으로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용 기판 공급을 직접 시작했다. 회사는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대부분의 글로벌 최상위권 반도체 기업들과 투자 지원을 포함한 장기공급계약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생산능력 증설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AI용 반도체 공급 부족은 구조적으로 심화되는 흐름"이라며 "AI 칩이 대형화되고 탑재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개수가 늘면서 반도체 기판도 초대형·고다층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판 업체들의 생산능력 소모가 커지고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며 "멀티코어·임베디드 부품 기술이 적용된 첨단 기판은 기술 장벽이 높아 양산 가능한 업체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가격도 오름세다. 삼성전기는 "패키지 기판은 수요 증가와 제품 고사양화에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추세"라며 "공급자 우위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기는 오는 3분기에도 서버 CPU와 AI 가속기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보고, 신공장 증설로 첨단 기판 공급 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