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메모리 공급 부족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메모리 생산능력의 최대 70%를 장기공급계약(LTA)으로 운영하는 새로운 계약 체계를 공개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들과는 이미 계약을 체결했으며, 선수금과 가격 상한을 포함한 새로운 계약 구조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30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서비스 인프라 확대에 따라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시장 인식이 확산되면서 많은 고객들이 다년 공급계약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5년을 기본 계약기간으로 하고 매년 협상을 통해 계약기간을 1년씩 연장하는 '5년 롤링(Rolling)' 방식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생산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체 생산능력의 60~70% 수준에서 장기공급계약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현재 협상 중인 계약이 마무리되면 목표 수준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주요 글로벌 데이터센터 고객 5곳과는 이미 계약을 완료했으며, AI 관련 대형 고객 5곳과도 협상을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계약을 원하는 고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계약 조건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계약 이행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해 다년간 보유하는 예치금 성격의 선수금을 계약 조건에 포함했으며, 현재 전체 선수금의 약 4분의 1을 이미 수취했다고 밝혔다. 추가 계약이 체결되면 선수금 규모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고객사와의 비밀유지계약(NDA)에 따라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가격 체계도 기존과 달라진다. 삼성전자는 고객과 제품군에 따라 서로 다른 가격 모델을 적용하고 있으며, 범용 메모리의 경우 시장 가격 급등락에 따른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가격 상한을 계약 조건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과거 메모리 산업은 소비자 제품 중심으로 업황 변동성이 컸다"며 "다년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수주형 사업 비중을 확대해 사업 안정성과 실적 가시성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고객에 편중되지 않는 균형 잡힌 고객 포트폴리오 원칙도 장기계약에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며 "AI 응용처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메모리 시장 리더십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