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30일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시장에 '가전·TV에서 다진 사업 체력을 인공지능(AI) 분야의 성장으로 연결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피지컬 AI와 AI 데이터센터(AIDC)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이룰 핵심 파트너로는 엔비디아를 꼽았다.
LG전자는 올 2분기에 가전의 성장과 TV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뤘다. 가전 사업은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7조원을 넘어섰고, 작년 적자였던 TV 사업은 흑자로 돌아섰다.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의 성장도 나타났다. 가전·TV 중심에서 전장·공조·구독·플랫폼으로 사업을 넓혀 온 게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LG전자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과 AIDC 냉각을 다음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LG전자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3조8265억원, 영업이익은 1조5791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9%, 147.0% 증가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2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47조5537억원, 영업이익은 3조2528억원이다. 상반기 영업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2조4784억원을 넘어섰다.
LG전자의 2분기 실적에는 미국에 이미 납부한 관세를 돌려받은 효과가 반영됐다. 박원재 LG전자 IR담당(상무)은 "미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기납부 관세액의 환급 절차를 진행했고, 2분기에 해당 금액을 전액 환급받았다"며 "관세 환급을 포함한 일회성 수익에서 일회성 비용을 차감한 전체 영향은 약 3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를 단순 차감한 영업이익은 1조27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0% 증가했다.
◇ 가전·전장·공조 고른 성장… TV는 연간 흑자 전망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솔루션(HS)사업본부는 2분기 영업이익률 9.7%를 기록했다. 프리미엄과 볼륨존을 함께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과 기업간거래(B2B), 온라인 직접 판매(D2C), 구독 사업 확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사업본부는 219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작년 2분기 1917억원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박상호 LG전자 MS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전무)은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와 판가 운영 개선,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실적이 개선됐다"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흑자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비히클솔루션(VS)사업본부는 매출이 2개 분기 연속 3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은 6.3%를 기록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상반기 유럽과 아시아 주요 완성차 업체에서 전기차 파워트레인 프로젝트를 다수 수주한 점이 실적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냉난방공조 사업을 담당하는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도 해외 에어컨 판매와 AIDC 냉각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을 확대했다.
◇ 엔비디아와 로봇·냉각·모빌리티 협력 확대
LG전자는 기존 사업에서 개선한 수익성을 기반으로 AI 신사업 확대에 나선다. 핵심 파트너는 엔비디아다. 양사는 제조 현장용 로봇과 AIDC, 모빌리티 등 피지컬 AI 전반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로봇 분야에서는 LG전자의 하드웨어 기술과 제조 역량,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기술 스택을 결합해 제조 현장용 로봇을 실제 적용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DC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통합 플랫폼과 LG전자의 인프라 솔루션을 연계한다. 고성능 AI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처리하는 고밀도 냉각 기술 개발도 함께 추진 중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의 기술 검토와 개발 환경 구축을 위한 양사 기술진의 실무 협력이 시작됐다.
◇ AIDC 냉각 연내 수조원 수주 목표… 로봇은 2030년 실적 기여
LG전자는 올해 상반기 AIDC 냉각 사업에서 6000억원의 수주를 확보했다. 연말까지 수조원대의 신규 수주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북미에서는 하이퍼스케일러와 코로케이션 사업자를, 아시아에서는 빅테크와 지역 코로케이션 사업자를 공략한다. 칠러와 냉각수분배장치(CDU) 등 액체냉각 부품을 결합한 통합 냉각솔루션으로 수주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은 이런 수주 확대의 기반이 되는 성과로 꼽힌다. LG전자는 최근 600㎾급 CDU에 대해 엔비디아의 최종 품질 인증을 국내 기업 최초로 획득했다. 1㎿·2.5㎿·4㎿급 모델에 대한 추가 인증도 추진하고 있다.
로봇 사업은 2030년쯤 전사 경영 성과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규모로 육성할 방침이다. LG전자는 로봇 완제품과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 데이터 플랫폼, AI 에이전트, 로봇 운영체제를 묶은 '고객 맞춤형 피지컬 AI 솔루션'을 사업 확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올 상반기 창원공장에 액추에이터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 현재 초도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양산성과 품질 안정성을 검증하는 동시에 한국과 유럽, 북미의 스타트업과 주요 로봇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개발과 수주 활동도 추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LG전자와 엔비디아는 피지컬 AI라는 시장의 큰 변곡점을 맞아 각사가 보유한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향후 플랫폼 생태계 차원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