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Z 폴드8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 22일(현지시각) '갤럭시 언팩 2026'에서 공개한 신형 폴더블폰·스마트워치 라인업에 탑재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을 퀄컴이 다수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위 폴더블폰과 스마트워치 전 모델에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가 탑재된 반면 삼성전자의 AP 엑시노스 시리즈는 일부 보급형 제품에만 탑재돼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 폴드·워치는 사실상 스냅드래곤이 점령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공개한 최상위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8과 폴드8 울트라에는 지역 구분 없이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가 탑재됐다. 갤럭시 시리즈에 최적화해 클럭을 끌어올린 고성능 버전의 칩이 적용됐다.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Z 플립8만 한국·유럽·남미 등 일부 시장에 엑시노스 2600이, 북미·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 스냅드래곤이 탑재된다.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용 칩은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에 자리를 빼앗기게 됐다. 신형 갤럭시워치9과 워치 울트라2는 두 모델 모두 처음으로 엑시노스 W시리즈 대신 퀄컴의 신형 웨어러블 전용 칩 '스냅드래곤 웨어 엘리트'를 채택했다. 그동안 삼성 스마트워치의 AP는 줄곧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시리즈가 탑재돼 왔다.

삼성전자와 구글, 안경 브랜드 워비파커·젠틀몬스터가 함께 선보인 신형 스마트안경 '인텔리전트 아이웨어' 역시 퀄컴의 AR1 1세대 칩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이번 언팩에서 엑시노스가 확보한 자리는 플립8의 한국·유럽·남미 등 일부 지역 물량이 사실상 전부인 셈이다.

◇ CPU 성능 격차는 좁혔지만 GPU·전성비가 승패 갈라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엘리트 칩 이미지. /퀄컴 제공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두 가지 수치를 꼽는다. 순수 연산 성능만 보면 격차가 크지 않다. 갤럭시S26 정식 출시 모델 기준 벤치마크 사이트 긱벤치6 싱글코어 점수는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가 3378점, 엑시노스 2600이 3315점으로 차이가 약 1.9%에 그쳤다. 개발 초기 유출된 엑시노스 2600 테스트 점수는 오히려 스냅드래곤을 앞섰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전력효율성이다. 엑시노스 2600에 탑재된 GPU '엑클립스(Xclipse) 960'은 게임이나 영상 편집처럼 고부하 작업이 오래 이어질 때 전력 소모가 급격히 늘고 성능이 떨어지는 발열 제어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폴드·폴드 울트라는 힌지 구조상 방열 공간이 일반 스마트폰보다 좁아 이 같은 약점이 실사용에서 더 도드라질 수 있다.

스마트워치용 칩의 경우 격차가 더 뚜렷하다. 전작 엑시노스 W1000의 빅코어 클럭은 1.6기가헤르츠(GHz)인 반면 신형 스냅드래곤 웨어 엘리트(SW6100)는 2.1GHz로 약 31% 높다. 여기에 스냅드래곤에는 최대 20억개 매개변수(파라미터) 규모의 AI 모델을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신경망처리장치(NPU)가 최초로 탑재돼 성능·기능 모두 사실상 한 세대 정도의 격차가 벌어졌다.

과거 이력도 삼성전자 MX사업부가 퀄컴을 선택하게 된 중요한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4년 갤럭시S24에 탑재된 엑시노스 2400은 스냅드래곤 대비 성능이 약 6% 뒤처지고 배터리 유지 시간도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 문제는 그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벤치마크 점수 차이만 보면 스냅드래곤 시리즈에 과하게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방열이 취약한 폴더블폰 구조와 워치의 압도적 클럭·AI 성능 격차, 여기에 과거 성능 논란까지 겹치면서 삼성이 프리미엄 라인업에는 안전한 선택을 우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