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M16 전경./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29일 열린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해외 투자은행(IB)과 애널리스트들이 제기해온 '메모리 고점론'과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 진화에 나섰다. 생산능력(CAPA) 확대에 따른 공급 과잉 가능성부터 중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위협론까지 시장의 주요 우려 사항을 조목조목 짚으며 투자자 진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 "생산능력 확대는 확인된 수요 기반… 공급 과잉 가능성 제한적"

SK하이닉스는 이날 "AI 생태계의 메모리 수요 증가가 지속될 것"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생산능력 확대는 고객과 파트너십이 강화되는 가운데 확보된 시장 수요에 대한 가시성을 바탕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대가 확인된 수요에 기반해 탄력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중장기 투자 확대 계획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임대 사업 검토와 고효율 AI 모델 등장을 둘러싼 투자 둔화 우려에 대해서도 SK하이닉스는 "AI 투자가 축소되는 과정이라기보다 그동안 대규모로 구축한 AI 인프라의 활용도를 높이고 수익화를 본격화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중국 '키미' 등 AI 모델의 연산 효율 개선 추세와 관련해서도 "AI 인프라 투자 위축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오히려 투자 확대를 이끌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는 빅테크들이 클라우드 AI 서비스에서 창출되는 매출과 이익을 바탕으로 메모리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상당 기간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장비 투자와 생산 계획 역시 고객 수요의 가시성과 투자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 "빅테크는 검증된 공급사 선호"… 중국산 메모리 우려 불식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1c) 미세공정을 적용한 SK하이닉스의 16Gb DDR5 D램.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추격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성능 D램 등 중국 기업들의 시장 침투와 관련해 "고객사들은 공급과 관련해 더 안정적이고 품질 이슈가 없는 공급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증시 상장과 중국 국영기업·스타트업의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 소식으로 중국 업체들의 예상보다 빠른 성장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품질과 신뢰성을 앞세워 시장 우려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와의 장기공급계약(LTA) 확대를 통해서도 실적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논의 중인 LTA는 고객과 제품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형태로 설계하고 있다"며 "계약 기간은 통상 5년을 기본으로 하지만 구체적인 조건은 고객과 제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약에는 고객사의 중장기 물량 구매 약정과 예치금 등 이행 장치도 포함되며, 가격 역시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객사별로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개 고객사와 LTA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전했으며, 전체 판매에서 LTA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적정 수준에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을 아꼈다.

◇ HBM4 램프업에 하반기 실적 개선 강화 전망

실적 측면에서도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지표가 나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보다 각각 약 30%, 50% 중반 상승했다고 밝혔다. D램은 제한된 공급 여력 안에서 HBM3E(5세대 HBM)와 AI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한 자릿수 후반의 출하량 증가를 기록했고, 낸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판매 확대에 힘입어 출하량이 10% 중반 늘었다. 30테라바이트(TB) 이상 고용량 eSSD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로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출하량 증가와 제품 믹스 개선에 따른 ASP 상승효과가 함께 나타나면서 하반기 실적 개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HBM4(6세대 HBM) 물량 확대와 1c 나노 기반 일반 D램 출하 증가로 하반기 비트그로스(생산량 증가율)가 상반기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BM4는 올 2분기부터 주요 고객사향 양산 공급을 시작했으며 양산 수율과 품질은 이미 성숙 단계에 진입한 HBM3에 근접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차세대 HBM4E(7세대 HBM)는 2027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HBM5(8세대 HBM) 등 차세대 제품의 발열 문제 해결을 위한 'IHBM'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 센터장(사장)은 "올해 투자 규모는 40조원 후반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은 2027년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물량을 계속 공급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최근 발표한 P&T7 투자와 국내 신규 팹 조성 계획을 언급했다. 신규 생산라인 확대와 장비 투입은 고객 수요의 가시성을 보면서 단계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