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영기업이 반도체 제조용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노광장비 1위 업체인 ASML 주가가 급락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신의 한 반도체 관련 매체는 7월1일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가 28나노급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두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 시각)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을 인용해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국영 지원 반도체 장비업체가 액침(Immersion) DUV 노광장비 양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업체명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올해 5대, 내년 20대 안팎의 장비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인포메이션은 해당 장비가 중신궈지(SMIC), 창신메모리(CXMT), 화훙훙리(Hua Hong Semiconductor) 등 중국 주요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수출 규제로 EUV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대신, 액침 DUV 장비에 멀티 패터닝(Multi-Patterning) 공정을 적용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이번 장비를 개발한 주체는 단일 기업이라기보다 국산화 연합체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인포메이션은 위량성을 중심으로 여러 중국 기업의 DUV 연구개발(R&D) 조직을 통합해 개발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위량성과 함께 신카이라이, 상하이웨이뎬쯔(SMEE), 화웨이, 칭화대 연구진 등이 기술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카이라이는 화웨이 출신 인력들이 설립한 반도체 장비업체로,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전략에서 핵심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노광장비는 웨이퍼 위에 빛을 투사해 회로를 형성하는 반도체 핵심 장비다. 공정 미세화 수준에 따라 극자외선(EUV)과 DUV 장비로 구분되며, DUV는 주로 10나노미터(㎚) 이상 공정에 활용된다. 최첨단 공정에서는 EUV 활용도가 높지만 DUV 역시 성숙공정과 일부 첨단공정에서 수요가 꾸준하다.

중국의 DUV 국산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ASML 주가는 8.4% 급락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중국이 자체 노광장비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기대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2019년부터 네덜란드 정부를 압박해 ASML의 EUV 노광장비 대중국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2023년에는 최첨단 액침 DUV 장비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최근에는 중국에 이미 공급된 DUV 장비의 부품 공급과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제한하는 'MATCH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산 장비가 아직 ASML과는 상당한 기술 격차가 있다고 평가한다. ASML은 연간 130대 이상의 액침 DUV 장비를 생산하는 반면 중국산 장비는 올해 생산 목표가 5대 수준에 그친다. 기술 수준도 ASML의 초기 액침 DUV 세대 수준으로, 정밀도와 수율, 장비 신뢰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수년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중국 D램 1위 업체인 CXMT의 기업공개(IPO)가 중국 반도체 장비 생태계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CXMT의 상장은 자본 조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CXMT가 중국산 장비를 양산라인에 적용해 수율과 오류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중국 장비업체들은 대규모 양산 경험과 학습효과를 축적하며 글로벌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줄여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