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키자니아 서울에 마련된 '도쿄일렉트론(TEL) 반도체 드림랩' 외관./정두용

지난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키자니아 서울은 여름방학을 맞아 직업 체험에 나선 어린이들로 붐볐다. 실제 도시의 시설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3분의 2 크기로 구현한 가상 도시 곳곳에서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의 어린이들이 소방차를 타고 출동하거나 경찰·의료 직업을 체험하고 있었다.

생활과 밀접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직업이 많은 공간에서 어른에게도 낯선 반도체 장비 엔지니어를 전면에 내세운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푸른색 외벽과 대형 'TEL(도쿄일렉트론)' 로고를 단 건물의 유리문 위에는 '반도체 연구소'(Semiconductor Dream Lab)라고 적혀 있었다. 통유리 너머의 흰색 클린룸 안에는 콘솔 장비·은색 에어샤워 기기 등 시설이 훤히 보였다.

도쿄일렉트론코리아는 키자니아 서울에 마련한 'TEL 반도체 드림랩'을 28일부터 운영한다. 키자니아는 실제 기업과 기관이 어린이용 직업 공간을 꾸미고, 참가자가 해당 직업인이 돼 임무를 수행하는 테마파크다. 현재 23개국 32개 도시에서 키자니아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제조 공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 공간은 서울이 처음이다.

◇ 소방차 오가는 어린이 도시 한복판에 꾸민 반도체 연구소

약 14평 규모의 체험관은 '오리엔테이션·드림랩·드림시티' 등 3개 구역으로 나뉜다. 실제 반도체 연구소에 들어가는 과정부터 공정 수행, 완성된 반도체의 활용까지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기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내부 공간에 들어서자 ▲반도체의 원료가 되는 모래 ▲실리콘 ▲원기둥 형태의 잉곳 ▲아무 무늬가 없는 베어 웨이퍼 ▲회로가 새겨진 패턴 웨이퍼 ▲반도체 칩이 순서대로 놓여 있었다. 모래에서 시작된 소재가 여러 제조 공정을 거쳐 스마트폰·자동차·로봇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되는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는 곳에서부터 체험이 시작된다.

도쿄일렉트론(TEL) 반도체 드림랩 내부./정두용 기자

체험은 6명이 한 조를 이뤄 진행됐다. 정전기 방지용 격자무늬가 들어간 흰색·하늘색 방진복과 보안경을 착용했다. 실제 클린룸에서 사용하는 방진복 소재를 적용했지만, 어린이가 쉽게 입고 움직일 수 있도록 발목 부분 등 일부 구조를 바꿨다. 실제 클린룸에서 이뤄지는 마스크·장갑·전용 신발 착용은 생략했다.

"반도체는 아주 작은 먼지에도 고장이 날 만큼 예민합니다. 우리 몸에서 나오는 먼지나 정전기가 닿지 않도록 클린 슈트를 입는 겁니다." 키자니아 소속 체험 진행자의 설명을 들은 뒤 산업용 에어샤워에 들어섰다. 어린이 키에 맞게 낮춘 설비에서 실제 장비의 70~80% 수준으로 조절한 바람이 약 7초 동안 사방에서 불었다. 은색 벽과 천장에 달린 송풍구가 작동하자 방진복이 몸에 달라붙었다. 에어샤워를 통과하자 초록빛을 내는 '인피니티 큐브'를 중심으로 6대의 콘솔이 원형으로 배치된 메인 랩이 나타났다.

도쿄일렉트론(TEL) 반도체 드림랩 내부. 에어샤워실을 거쳐 반도체 공정 체험용 콘솔이 매치된 '클린룸'으로 들어간다./정두용 기자

◇ 감광액 바르고 식각·세정·증착… 완성한 칩 꽂자 로봇이 춤췄다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식당에서 일하지만 세계적인 댄서를 꿈꾸는 서비스 로봇 '칩스'를 고성능 반도체로 업그레이드하는 임무를 부여받는다. 설명을 듣는 견학이 아니라 어린이가 '드림 엔지니어'가 돼 칩스의 꿈을 실현한다는 이야기 속에서 반도체 공정을 자연스럽게 체험하는 구조다.

반도체 제조 과정은 통상 웨이퍼 제조부터 산화, 포토, 식각, 증착·이온주입, 금속배선, 전기적 특성 검사, 패키징까지 8대 공정으로 구분된다. TEL은 이 가운데 전공정에 해당하는 포토용 코터·디벨로퍼(감광액 도포·현상), 식각, 세정, 증착 장비를 공급한다. 체험관도 회사가 장비를 공급하는 네 개 전공정 영역을 어린이들이 게임 형태로 수행하도록 구성했다.

방진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도쿄일렉트론(TEL) 반도체 드림랩을 체험하고 있다./도쿄일렉트론코리아

첫 번째 포토 공정의 코터·디벨로퍼 미션에서는 전용 브러시를 움직여 화면 속 웨이퍼에 빛에 반응하는 감광액을 균일하게 발랐다. 화면에서 극자외선(EUV) 노광이 진행된 뒤 웨이퍼를 현상하자 흐릿하던 'TEL'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TEL은 EUV를 웨이퍼에 조사하는 노광 장비가 아니라 노광 전 감광액을 도포하고, 노광 뒤 회로 패턴을 드러내는 코터·디벨로퍼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두 번째 고종횡비(HARC) 식각 미션에서는 조이스틱으로 플라즈마의 방향을 맞추고 버튼을 눌러 회로 이외의 불필요한 부분을 깎았다. 화면 속 반짝이는 지점을 겨냥해 버튼을 누르자 해당 영역이 차례로 사라졌다.

세정 미션에서는 같은 조이스틱으로 물총을 조준해 웨이퍼에 검게 표시된 오염 물질을 씻어냈다. 마지막 원자층 증착(ALD) 미션은 테트리스와 비슷했다. 위에서 떨어지는 알파벳 모양 블록을 빈틈에 맞춰 세 층으로 쌓자 얇고 균일한 막이 완성됐다. '바르고, 깎고, 씻고, 쌓는' 동작을 통해 각 공정을 수행하는 장비의 역할과 필요성이 어렵지 않게 전달됐다.

방진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도쿄일렉트론(TEL) 반도체 드림랩을 체험하고 있다./도쿄일렉트론코리아

네 가지 미션을 마치자, 중앙의 인피니티 큐브가 위로 올라가고 콘솔 아래에서 'TEL'과 'D·R·E·A·M'이 각각 적힌 칩 모형이 나왔다. 6명이 각자 완성한 칩을 긴 테이블에 동시에 꽂자 대형 화면 속 '칩스' 캐릭터의 동작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로봇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고, 뒤편에는 반도체로 작동하는 첨단 미래 도시가 펼쳐졌다.

한 차례 체험에는 약 20~25분이 걸린다. 하루 19개 팀, 최대 114명이 이용할 수 있다. 주 대상은 초등학교 3~5학년이다. 게임은 안내에 따라 브러시와 조이스틱을 움직이면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방진복을 입은 어린이들이 도쿄일렉트론(TEL) 반도체 드림랩을 체험하고 있다./도쿄일렉트론코리아

TEL은 1963년 설립된 일본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이다. 회사에 따르면 세계 코터·디벨로퍼 장비 시장점유율은 90% 이상이며, EUV용 코터·디벨로퍼 장비 시장점유율은 100%다. 한국법인인 도쿄일렉트론코리아는 1993년 설립됐다.

최나리 도쿄일렉트론코리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리더는 "반도체는 산업의 근간이지만 어린이에게는 너무 어렵다"며 "어려운 내용을 어렵게 배우는 대신 놀이로 체험하면서 반도체가 재미있고 연구원이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점을 느꼈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자신의 여러 꿈 가운데 하나의 선택지로 가져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