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KT그룹의 위성사업 계열사 KT SAT가 기존 정지궤도 위성에 중궤도 위성망을 결합해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려던 사업 계획이 좌초됐다.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한 미국 위성통신 스타트업 망가타 네트웍스(Mangata Networks)가 재정 악화로 청산 절차를 밟게 됐기 때문이다.

27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망가타가 최근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KT SAT가 보유한 망가타 지분 4.8%의 장부가액(47억6320만원)이 0원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KT SAT가 매입했던 망가타 채권(61억4000만원)도 0원으로 손실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분과 채권 손실을 합하면 약 109억원이 전액 평가손실로 잡혔다.

이에 대해 KT SAT 관계자는 "망가타의 재정 악화로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 투자자산 전액을 평가손실로 반영했다"며 "망가타는 현재 청산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KT SAT가 투자한 대상은 미국 망가타 네트웍스다. 이 회사는 중궤도(MEO)와 고타원궤도(HEO)에 통신위성을 배치하고, 이를 지상 데이터센터와 연결해 위성통신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2020년 설립됐다. KT SAT는 2022년 1월 망가타가 진행한 3300만달러(약 483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KT SAT는 망가타 지분 4.8%를 취득했으며, 지분뿐 아니라 망가타가 발행한 채권에도 투자했다. 망가타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 대상이 아니라 정지궤도 위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해온 KT SAT가 중궤도 서비스에 진출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적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KT SAT는 2023년 망가타가 구축할 중궤도 위성의 통신 용량을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자체 중궤도 위성망을 구축하는 대신 망가타 위성을 활용해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2026년부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인도 등에서 위성통신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망가타는 후속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실패하면서 위성망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24년에는 비용 상승과 공급망 문제 등을 이유로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추진하던 약 8400만파운드 규모의 위성 제조시설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최근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KT SAT가 망가타와 체결한 위성 용량 구매계약도 더 이상 이행되지 않는 상태다. KT SAT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망가타 중궤도 위성을 통한 서비스 개시는 불가능하다"며 "KT SAT가 위성통신 용량 구매와 관련해 지급한 선급금이나 향후 지급해야 할 계약상 의무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T SAT가 상용화 가능성과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초기 기업을 핵심 사업 파트너로 선정하고, 지분과 채권에 동시에 투자한 판단이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투자 당시 망가타는 매출과 상용 위성망이 없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었다. 실제 위성을 제작·발사하고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후속 투자 유치가 지속돼야 했다. 그런데도 KT SAT는 지분과 채권에 투자하는 동시에 위성 용량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 서비스 상용화 일정과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까지 망가타를 전제로 확정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KT SAT는 109억원 규모의 투자자산을 전액 평가손실로 처리한 데 이어 투자와 위성 용량 구매계약, 상용화 일정까지 확정했던 중궤도 사업 파트너를 잃었다"며 "KT SAT의 다중궤도 전략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을 다시 수립하고 망가타를 대체할 사업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