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경쟁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주식시장 'AI 랠리'에서 소외되고 있다. AI 인프라에 사상 최대 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투자 회수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시장의 의구심이 주가를 짓누르며 올 들어 20%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다.
◇ 양호한 실적에도 빠지는 주가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MS 주가는 올 들어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까지 19.29%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8.07%, 나스닥종합지수가 7.49% 오른 것과 대비된다. 샌디스크(421.93%), 마이크론(191.98%) 등 반도체주는 같은 기간 주가가 급등했다.
MS는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고도 주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MS는 지난 1분기(2026 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 829억달러(약 122조원), 영업이익 384억달러(약 56조원)의 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20% 증가한 수치다. 오는 29일 2분기(2026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증권가는 매출이 874억달러(약 128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럼에도 시장은 MS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막대한 자본 지출(CAPEX)이다. MS는 올 한 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약 1900억달러(약 278조69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인데, 이는 전년 대비 61% 증가한 규모이자 회사 역사상 최대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S의 올해 1분기 매출 대비 자본 지출 비율은 38.5%였으며, 올해 2분기에는 48.0%로 확대될 전망이다. AI 붐 초기에는 대규모 자본 지출이 향후 성장 기대를 키워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그 많은 투자가 언제 이익으로 돌아오느냐"는 회의가 커졌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에 쓰는 돈은 당장 현금이 빠져나가지만, 매출로 돌아오는 데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출이 늘수록 자사주 매입·배당 등 주주 환원 여력은 줄어든다.
이런 우려는 최근 다른 빅테크에서 현실로 확인됐다. 알파벳은 지난 22일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으나, 자본 지출을 늘리며 잉여현금흐름(FCF)이 상장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해 다음 날 주가가 7% 급락했다. 테슬라도 사상 최대 매출을 발표하고 자본 지출 급증과 이익률 급락 탓에 주가가 14% 넘게 빠졌다. MS 역시 호실적을 이어가도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MS의 매출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적보다 AI 투자 계획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했다.
◇ MS는 "수요 넘친다", 시장은 "회수 언제"
MS는 강한 AI 수요를 확인했으므로 자본 지출을 늘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MS에 따르면,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계약 물량을 뜻하는 상업 수주 잔고(RPO)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6270억달러(약 920조원)로 전년 대비 99% 증가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장기적인 경쟁력의 핵심은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자본 지출이 장기 투자라고 밝혔다.
반면 MS의 주가 부진은 자본 지출 하나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AI가 워드·엑셀 같은 기존 소프트웨어 수요를 잠식할 것이라는 이른바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서비스형 소프트웨어+종말)' 우려, 주력 AI 제품인 코파일럿(Copilot)의 수익화 속도,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의 독점적 지위 약화 등 여러 요인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MS는 지난 4월 오픈AI와 계약을 개정하며 독점권을 내려놓았고, 이에 따라 오픈AI는 그동안 MS 애저에만 제공하던 GPT 모델을 AWS에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엑스박스(Xbox) 사업 부진 등이 겹친다.
잭 애블린 크레셋웰스어드바이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MS는 AI 투자 확대와 AI로 인한 시장 파괴라는 두 가지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AI로 MS 워드나 엑셀이 쓸모없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자본 지출 규모는 분명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나델라 CEO는 2023년 AI 기반 검색 엔진 빙(Bing)을 공개하며 MS를 AI 경쟁의 선두로 끌어올렸으나 이제는 업적이 위태로워졌다"며 "회사의 나침반 역할을 했던 AI가 올가미가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