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곳곳이 로블록스 게임 세계가 된 것 같네요."
27일 오후 2시쯤 서울 성동구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의류가 진열된 매장 한쪽에서 대형 로블록스 로고와 게임을 배경으로 한 공간이 펼쳐졌다. 행사장은 저마다 가족 단위 방문객 수십 명이 줄을 서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캐릭터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진열된 굿즈를 가리키며 부모에게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김모(43)씨는 "아이 방학을 맞아 가족 휴가를 겸해 놀러 왔다"며 "여러 전시장을 모두 둘러보고 선물도 빠짐없이 받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로블록스는 전날부터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함께 체험형 팝업 '마이 라이프 위드 로블록스(My Life with Roblox)'를 운영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전 세계 일일 활성 이용자 수가 1억3200만명에 달하는 게임·창작 플랫폼이다. 국내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이른바 '초통령 게임'으로도 불린다.
이번 행사는 로블록스가 서울에서 여는 첫 오프라인 팝업 공간이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비롯해 무신사 스토어 성수,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 무신사 킥스 성수 등 4개 매장에서 열린다. 성수동 일대를 걸으며 매장마다 서로 다른 테마의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팝업의 중심지인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는 게이머들이 평소 로블록스를 즐기는 일상 속 장소로 변신했다. 로블록스 관계자는 "일상 속 어디서나 로블록스를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지하철과 편의점, PC방, 독서실 콘셉트로 공간을 꾸몄다"며 "콘솔과 휴대전화, 노트북 등을 설치해 방문객이 여러 기기로 로블록스 게임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방문객이 몰린 곳은 독서실을 재현한 부스였다. '절대 정숙 공간입니다'라는 경고문을 지나 부스 안으로 들어가자 1인용 책상 위에는 로블록스를 실행한 휴대전화가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함께 온 보호자를 뒤로한 채 독서실 안으로 들어가 게임에 몰두했다. 공부하는 척 몰래 게임을 하는 상황을 연출해 묘한 긴장감이 더해졌다.
메가스토어를 나와 약 5분을 걷자 무신사 스토어 성수가 나타났다. 이곳은 로블록스의 대표 미스터리 생존 게임인 '99 나이트 인 더 포레스트'를 주제로 어두운 숲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현장에서는 게임 속 세계관을 활용한 보물찾기 형태의 체험도 진행됐다. 방문객은 QR코드로 힌트를 확인한 뒤 매장 곳곳에 숨겨진 게임 관련 아이템을 찾는 방식이다. 아이템을 찾기 위해 의류와 신발이 진열된 공간을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매장 전체를 둘러보게 됐다.
인근 무신사 스탠다드 성수에서는 신작 게임 '이모티아 이스케이프'의 캐릭터를 활용한 성향 검사가 진행됐다. MBTI 검사처럼 여러 질문에 답하면 자신의 성향과 가장 비슷한 게임 속 캐릭터 '이모티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기자가 키오스크를 통해 5개의 질문에 답하자 '궁금한 것은 끝까지 파고드는 탐구자'라는 설명이 붙은 '로스튼'을 추천받았다. 이모(11)군은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자 "이 캐릭터를 받으려면 어떤 답을 해야 하느냐"며 여러 차례 기기를 조작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무신사 킥스 성수에서는 게임 '녹아웃'의 펭귄 캐릭터들이 방문객을 맞았다. 녹아웃은 얼음판 위에서 상대 펭귄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알까기 규칙을 접목한 게임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참여했는데 곳곳에서 "아 떨어졌다"와 같은 탄식이 들렸다.
이번 팝업은 각 매장에서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도장(스탬프)을 받을 수 있다. 스탬프를 일정 개수 이상 모으면 굿즈 등을 받을 수 있는 추첨에 참여할 수 있고, 모든 미션을 마치면 별도로 제작된 패키지도 얻을 수 있다.
행사장이 총 4곳으로 나뉘어 있지만 모두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를 중심으로 반경 약 400m 안에 모여 있어 부담은 적었다. 매장 간 이동과 체험 시간을 포함해 전체 코스를 둘러보는 데는 1∼2시간이면 충분했다. 팝업은 다음 달 12일까지 약 3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리차드 채 로블록스코리아 대표는 "무신사와의 이번 협업은 가상 공간에서 사랑받아온 로블록스의 세계관이 오프라인 현실과 만났을 때의 무한한 확장성을 증명하는 계기"라며 "성수동 팝업을 통해 2030세대가 함께 즐기고 시간을 보내는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대중에게 더욱 널리 알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