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오는 29일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영업이익이 64조원 안팎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1분기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영업이익률 72%)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고대역폭메모리(HBM) 3개 제품군이 고르게 이익 개선에 기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HBM이 단독으로 이익을 견인했던 이전 사이클과 달리, 이번 분기는 메모리 전 품목의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전방위 수퍼사이클'에 가깝다는 평가다.
◇ D램·낸드 가격이 이익 개선 주도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내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실적 전망 보고서를 낸 증권사 14곳의 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4조원, 64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76% 수준에서 최대 80%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가는 2분기 양호한 실적의 배경으로 출하량보다 가격 효과를 꼽는다. 교보증권은 올 2분기 D램 출하량이 전분기 대비 8%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평균판매가격(ASP)은 36%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IBK투자증권 역시 올 2분기 D램 ASP 상승률을 32%로 추정했다.
낸드 역시 글로벌 AI 인프라 확장의 수혜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기업용 SSD(eSSD) 수요 증가가 낸드 가격을 크게 밀어 올렸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낸드 가격이 올 2분기에만 45% 이상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 같은 흐름에 대해 "HBM 생산 비중 확대에 따라 범용 메모리 공급 여력이 사실상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장기공급계약(LTA) 비중 증가로 빅테크와 AI 데이터센터향 매출 비중도 70%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HBM에 묶여있는 D램 생산 능력이 가격 상승의 기폭제로 지속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HBM4 전환 속도가 하반기 실적 가른다
올 하반기 실적의 경우 HBM4(6세대 HBM) 세대 전환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올 2월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향 12단 HBM4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 하반기에는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7세대 제품 HBM4E 샘플을 공급하고 2027년 본격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주도권은 아직 탄탄하다는 평가다. LS증권은 SK하이닉스가 지난달부터 주요 고객사에 12단 HBM4E 샘플 공급을 시작했으며, 최대 16Gbps의 핀당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산성이 검증된 발전된 매스 리플로우 몰디드 언더필(MR-MUF) 기술을 지속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교보증권도 SK하이닉스가 HBM3E(5세대 HBM)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HBM4 시장에서도 6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가격 변동성에 타격을 받지 않는 장기공급계약(LTA) 비중이 높아지면서 실적 변동성 축소와 사이클 장기화 가시성을 확보한 것도 긍정적인 변수로 꼽았다.
◇ 해외 IB, 실적 추정치 상향 속도엔 이견
해외 IB들도 대체로 실적 상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올 2분기 D램 가격 전망을 기존 40%에서 50%로, 낸드는 30%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씨티증권은 AI 추론용 메모리 수요 급증과 AI 에이전트가 생성하는 토큰화된 데이터 증가를 근거로 2026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상향했다. 노무라는 기업 실적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주도 사이클을 근거로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2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실적 추정치 상향 속도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D램 가격 상승 둔화와 재고 개선 안정화, 주당순이익(EPS) 상향조정 정점을 근거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모멘텀이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렌드포스 자료에 따르면 범용 D램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10%대 중반 상승이 예상되는데, 이는 앞선 분기 60%대 상승과 비교해 확연히 둔화된 수치다. 반면 국내 증권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LTA 확대로 이익 변동성이 완화되고 있어 가격 상승률 둔화만으로 실적 정점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