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전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크런치롤'이 국내 구독 요금을 공개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1위 사업자의 상륙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OTT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크런치롤은 국내 구독료를 공개했다. 1대 기기에서 재생할 수 있는 '팬' 요금제는 월 9900원이며, 최대 4대에서 동시 재생 가능한 '메가 팬' 요금제는 월 1만900원이다. 두 요금제 모두 광고 없이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메가 팬' 요금제에는 크런치롤 게임 볼트도 이용할 수 있다.
크런치롤은 현재 200개 이상 국가 및 지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OTT다. 소니그룹 산하 플랫폼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수만 편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으며, 신작을 일본 방영 직후 해외에 공개하는 '동시 방영(시뮬캐스트)'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소니그룹은 2020년 AT&T로부터 크런치롤을 11억8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인수한 뒤 기존 애니메이션 플랫폼 펀이메이션과 통합해 애니메이션 사업을 일원화했다.
특히 크런치롤은 단순 스트리밍 플랫폼을 넘어 애니메이션 제작과 투자, 유통, 라이선스 사업, 극장 배급, 굿즈 판매까지 아우르는 종합 애니메이션 기업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콘텐츠 소비와 상품 판매, 오프라인 행사까지 연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강점이다.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웹소설·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나 혼자만 레벨업'의 글로벌 흥행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크런치롤 역대 최다 시청작에 올랐고, '2025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9개 부문을 석권했다.
크런치롤의 국내 진출은 아시아 시장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회사는 최근 인도와 태국에서 현지어 인터페이스와 더빙 콘텐츠를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성과를 거뒀다. 인도에서는 더빙 콘텐츠가 전체 시청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태국에서는 지난 2월 서비스 출시 이후 시청 규모가 4배 증가했다. 크런치롤이 배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태국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최고 흥행작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 시장의 애니메이션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국내에서 58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일본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썼다.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도 단독 개봉작임에도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여기에 웹툰 원작 애니메이션이 해외에서 잇따라 흥행하고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 높아지면서 한국 지식재산권(IP) 확보 필요성이 커진 점도 크런치롤의 국내 시장 진출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크런치롤의 국내 진출이 애니메이션 OTT 시장 경쟁을 한층 가속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애니플러스가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전문 OTT 라프텔이 시장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넷플릭스와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종합 OTT들도 일본 애니메이션 확보와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OTT 시장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크런치롤이 일본 인기작과 독점 콘텐츠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초기 흥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 심화로 콘텐츠 판권 비용이 높아지고 이용자의 '구독 분산'으로 부담이 커지는 한편, 애니메이션 시장 확대와 함께 팬덤을 겨냥한 마케팅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 플랫폼들도 서비스 경쟁력과 IP 확보를 강화하며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