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과거 160여 년간의 전 지구 해양 데이터를 학습해 향후 200일간의 해양 상태를 수 초 만에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 슈퍼컴퓨터 기반 수치모델보다 훨씬 적은 계산 자원으로도 장기 해양 예측이 가능해 기후변화 대응과 장기 기후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기반 기술로 주목된다.

KIST-오션 모델 추론 과정 구조. 수십 년간의 대기·해양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초기 해양·대기 조건을 바탕으로 5일 단위 예측을 반복해 최대 200일간의 전 지구 3차원 해양 변화를 예측한다. /KIST 연구팀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후탄소순환연구단 강대현·김정환 박사팀은 AI 기반 전 지구 3차원 해양 예측 모델 'KIST-오션(KIST-Ocean)'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태풍 등 극한 기상이 잦아지면서 장기 기후 예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해양은 막대한 열과 탄소를 저장·순환하며 엘니뇨와 라니냐 등 기후 변동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존 해양 예측 모델은 복잡한 물리 방정식을 계산해야 해 막대한 슈퍼컴퓨터 자원과 긴 계산 시간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신속한 예측과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지구시스템모델 2(CESM2)가 생성한 1850~2014년 전 지구 대규모 앙상블 시뮬레이션 자료를 사전 학습하고, 1982~2013년 해양 재분석 자료로 해양 특성을 반영해 미세 조정한 딥러닝 기반 AI 모델 KIST-오션을 개발했다.

KIST-오션은 해수면 온도뿐 아니라 수온, 해류, 염분 등 62개 해양 변수를 활용해 수심 600m까지의 3차원 해양 상태를 5일 간격으로 예측한다. 또 바람에 의한 응력과 장·단파 복사, 잠열·현열 플럭스 등 대기에서 해양으로 전달되는 6개 표면 경계조건도 함께 반영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KIST-오션은 엔비디아 A100 GPU 1대만으로 사전 학습을 약 33시간, 미세조정을 약 2.4시간만에 수행했고, 200일치 전 지구 해양 예측을 6~7초 만에 생성해 기존 수치모델 대비 계산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KIST-오션은 실제 해양의 물리 현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현하는지 검증하는 가상 실험에서도 대기 변화에 따른 해양 파동과 용승·침강 현상이 기존 해양물리 이론과 일치하게 나타났다. 2015년 슈퍼 엘니뇨 사례에서도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과 해양 내부열 분포 변화 등을 성공적으로 재현했다.

연구팀은 KIST-오션이 단순히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 대기와 해양의 복잡한 물리적 상호작용까지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기 조건을 입력한 실험에서도 KIST-오션은 200일 예측에서 현재 해양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는 '지속 예측(persistence forecast)'보다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다. 해수면 온도 예측에서는 최대 6개월까지 북미 다중모델 계절예측시스템(NMME)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연구팀은 현재 해양만 예측하는 모델을 향후 대기·해양·해빙·육지를 통합한 AI 기반 지구시스템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기 기후 예측은 물론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더 빠르고 적은 비용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대현 박사는 "이번 연구는 AI가 뛰어난 계산 효율뿐 아니라 대기와 해양 사이의 복잡한 물리적 관계까지 현실적으로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향후 AI 기반 지구시스템 모델 개발과 기후 위기 대응 역량 강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