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 게임기 가격이 최대 43% 오르면서 신제품 구매에 부담을 느낀 이용자들이 중고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그랜드 테프트 오토6(GTA6)' 출격을 앞두고 하드웨어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와 실물 게임 디스크 생산 중단 예고까지 겹치면서 게임 기기와 타이틀 중고 거래가 동시에 급증하는 모양새다.
24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부터 이달 24일까지 '플레이스테이션' 관련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PS'와 '플스' 관련 거래량도 각각 77%, 28% 늘었다.
닌텐도 스위치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25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당근 내 '닌텐도' 관련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9%, '스위치'는 15% 각각 증가했다.
이 같은 거래 증가는 주요 콘솔 제조사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 제품을 찾는 이용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플레이스테이션 사업을 맡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SIEK)는 지난 5월 1일부터 국내 PS5 시리즈 가격을 인상했다. 인상률이 가장 높은 디지털 에디션은 59만8000원에서 85만8000원으로 43% 올랐다. 인상률이 가장 낮은 PS5 프로도 111만8000원에서 129만8000원으로 18만원, 약 16% 올랐다.
한국닌텐도도 지난 5월 25일부터 닌텐도 스위치 기본 모델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델 가격을 각각 5만원씩 올렸다.
◇ AI 반도체 수요에 부품값 상승… 콘솔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콘솔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칩플레이션'을 지목한다. AI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콘솔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 가격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 원가 상승으로 콘솔 하드웨어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소니는 지난 6월 게임·네트워크 서비스(G&NS) 사업 설명회에서 "가격과 관련해 부품 원가 상승분을 모두 회사가 흡수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원칙적으로 하드웨어를 상당한 손실을 보면서 판매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장을 면밀히 살피면서 대응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 13년 만의 신작 GTA6, 중고 거래 불붙였다
주목할 점은 올해 별도의 가격 인상이 없었던 엑스박스(Xbox) 관련 거래량도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가격 인상에 따른 대체 수요뿐 아니라 GTA6 출시에 맞춰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 기기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 세계 누적 판매량 4억장을 돌파한 GTA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인 GTA6가 GTA5 출시 이후 13년 만에 나온다.
GTA6는 지난 6월 25일 사전예약 판매를 시작했으며,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뉴주에 따르면 사전판매만으로 약 2억6000만달러(약 3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 실물 디스크 생산 중단 예고… PS 타이틀 거래도 두 배로
한편 소니가 2028년 1월부터 실물 게임 디스크 제작을 중단한다고 지난 2일 발표하면서 중고 게임 타이틀 시장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디지털 형태와 달리 실물 디스크는 소장 가치가 높고 재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거래 급등으로 이어졌다. 당근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PS4와 PS5 게임 타이틀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6%, 240% 급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하고 GTA6 등 인기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고 콘솔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실물 게임의 소장 가치와 재판매 가능성을 중시하는 이용자들이 중고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