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 '갤럭시 언팩'을 열고 신형 폴더블폰 3종을 선보인 가운데, 보급형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8 FE'는 라인업에서 빠졌다. FE는 플래그십 모델에서 사양과 가격을 낮춘 제품이다. 작년에 갤럭시Z플립7 FE가 최초의 보급형 폴더블폰으로 출시됐지만, 1년 만에 후속작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 언팩에서 갤럭시Z폴드8 울트라, 갤럭시Z폴드8, 갤럭시Z플립8 등 폴더블폰 신제품 3종이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Z플립7 FE를 내놨으나, 올해는 보급형 폴더블폰 모델이 공개되지 않았다. 갤럭시 S 시리즈는 상반기 언팩 때 공개된 이후 9월쯤 FE 모델이 별도로 공개됐는데, 폴더블폰은 기본 모델과 FE 모두 하반기 언팩에 함께 공개됐다.
이에 삼성전자가 갤럭시Z플립8 FE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출시한 갤럭시Z플립7 FE의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아, 올해는 폴더블 FE 모델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갤럭시 언팩 행사 이전부터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S시리즈 FE 모델처럼 추후 별도로 출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갤럭시Z플립7 FE는 폴더블폰 최초의 보급형 모델이었다. 삼성전자는 "더 많은 사용자에게 폴더블 경험을 전달해 폴더블폰을 대중화하겠다"며 이 제품을 내놨다. 직전 세대인 갤럭시Z플립6의 폼팩터(제품의 크기·형태)를 가져왔고, 성능을 낮추는 대신 가격도 낮췄다. 기본 모델인 Z플립7은 메모리 12GB(기가바이트)·엑시노스 2500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탑재한 반면, Z플립7 FE는 메모리 8GB·엑시노스 2400 AP를 장착했다. 가격은 Z플립7이 148만5000원, Z플립7 FE가 119만9000원으로 FE 모델이 출고가 기준 28만6000원 저렴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수요는 강하지 않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갤럭시Z7 시리즈 출시 직후인 2025년 8월 Z7 시리즈의 글로벌 판매량은 폴드 77만대, 플립 33만대, 플립 FE 13만대였다. 폴드에 수요가 집중됐고, 플립도 기본 모델에 수요가 몰렸다. 플립 FE는 폴더블폰 중에서는 가장 저렴하지만 플래그십인 S25 수준의 가격대이고, 가격 대비 성능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아마존 공식 스토어에서 Z플립7 FE(256GB 저장 용량 기준)를 정가 999.99달러(약 147만원) 대비 38% 할인한 619.99달러(약 91만원)에 판매 중이다. Z8 신제품이 나왔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Z폴드7·Z플립7 모델은 할인 없이 판매 중이다.
또 이번 갤럭시 Z8 시리즈가 전면에 내세운 것은 구글과 협업으로 스마트폰에 처음 탑재한 '제미나이 인텔리전스'인데, 'AI를 제대로 못 돌리는 8GB 메모리 저가 폴더블'은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온디바이스 AI를 원활하게 실행하려면 최소 12GB 메모리가 필요해 8GB 메모리를 탑재하는 보급형 FE 모델로는 구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FE 모델에 12GB 메모리를 넣자니 기본 모델과 차별성이 흐릿해지고, 메모리 공급난으로 오른 램값은 가격 책정에 부담을 준다. 같은 원가 상승이 얹혀도 기본 모델보다 보급형 모델에서 가격 상승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접는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플립은 S 시리즈만큼 FE 모델의 가격을 내릴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접으려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복잡한 힌지, 초박막 유리(UTG), 내구성 강화 소재 등 부품이 추가로 필요하고, 얇고 가벼운 설계를 위해 고정밀 엔지니어링이 필요하므로 원가 구조상 가격을 낮출 폭이 제한돼 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Z플립8이 삼성전자의 마지막 클램셸(조개껍데기) 폴더블폰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IT매체 샘모바일은 소식통을 인용하며 "Z플립8이 플립 시리즈 마지막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IT매체 테크레이더는 "플립 시리즈는 한때 삼성전자의 가장 인기 있는 폴더블폰이었지만, 수요가 폴드로 옮겨가고 있다"며 "플립의 장점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폴더블폰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인데, 메모리 가격 상승은 더 이상 장점을 지키기 어렵게끔 한다"고 보도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는 "폴더블폰은 고가폰이고, 폴더블폰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어서 아무래도 소비자들이 저렴한 FE 모델보다는 고급 버전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메모리 값이 올라 저가 보급형 모델을 구현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