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올 2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부담에 주가는 하락했다.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등에 투입하는 비용이 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자, 막대한 설비투자(CAPEX)가 그게 걸맞는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구글의 차세대 '제미나이' 모델 출시가 미뤄지면서 오픈AI·앤트로픽과의 AI 모델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우려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 알파벳, 2분기 '깜작 실적'… 클라우드 매출 82% 성장
알파벳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늘어난 1198억달러(약 177조원)을 기록했다고 22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1169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클라우드와 검색, 광고 등 주요 사업이 고르게 성장한 가운데, AI 수혜가 집중된 구글 클라우드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늘어난 248억달러(약 37조원)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224억6000만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아직 매출에 잡히지 않은 계약 물량을 나타내는 클라우드 수주 잔고는 5140억달러(약 757조원)로 전 분기보다 약 517억달러 늘었다. 기업의 AI 도입이 늘면서 AI 모델 구동에 필요한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이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AI 인프라와 AI 솔루션 수요에 힘입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알파벳의 '캐시카우'인 검색과 광고 부문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검색 매출은 633억달러(약 94조원), 광고 매출은 816억3000만달러(약 121조원)로 각각 17%, 13%씩 증가했다. 이 가운데 유튜브 광고 매출은 13% 늘어난 111억달러(17조원)로 집계됐다. 최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기간 유튜브 영상 시청과 구글 검색량 모두 급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AI 기반 검색 기능인 'AI 오버뷰'와 'AI 모드' 도입 이후 검색량과 이용자 체류시간이 늘어나면서 광고 수익도 증가했다고 알파벳은 설명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알파벳의 2분기 영업이익은 407억7000만달러(약 60조원)로 1년 전보다 30% 증가했고, 순이익은 1121억달러(약 165조원)로 298% 급증했다. 주당순이익(EPS)은 9.11달러로 월가 전망치(2.89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순이익 증가의 경우 실제 영업 실적 개선보다는 알파벳이 보유한 기업의 지분 가치 상승의 영향이 컸다. 알파벳은 앤트로픽과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올 2분기에만 관련 지분 보유 가치가 1000억달러 치솟으면서 순이익이 급증한 것이다.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로 알파벳의 2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분기 기준 58억6000만달러(약 8조6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2분기 자본지출은 449억달러로 1년 사이 2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나트 애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AI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인프라 투자로 인해 2분기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했으며 당분간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설비투자를 제외하고 실제로 남긴 돈이다. 검색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이어온 알파벳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현금을 다 쓴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규모 AI 투자로 인해 자산 경량(asset-light) 기업이었던 구글이 자본집약적(capital-intensive)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AI 투자 부담·차세대 AI 모델 출시 지연에 주가는 4% 하락
이번 실적은 과열 논란이 일었던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 경쟁이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등 4개사는 올해 AI 인프라 구축에 약 7250억달러(약 1072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는데, 시장에서는 대규모 자본 지출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AI 시장 거품만 키울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AI 투자 확대에도 실적이 성장하자, 알파벳은 올해 연간 CAPEX 규모를 기존 1800억~1900억달러에서 1950억~2050억달러(약 288조~303조원)로 상향 조정했다. 애슈케나지 CFO는 "지난 3년간 설비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여전히 공급이 AI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AI 관련 지출은 "올해보다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을 공개했을 때까지만 해도 보합권이었던 알파벳 주가는 회사가 자본지출 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4% 이상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실적 개선보다 공격적인 AI 투자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영향이다.
토마스 몬테이로 인베스팅닷컴 수석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CAPEX 확대는 알파벳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안정적으로 현금 창출을 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의 대표 AI 모델 '제미나이'가 AI 에이전트와 코딩 분야에서 경쟁사인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밀리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신중론을 키우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오픈AI와 앤트로픽에 대응할 AI 모델 '제미나이 3'를 공개하면서 경쟁사를 따라잡는 듯 했으나, 올해 들어 최신 모델 출시가 미뤄지면서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올해 들어 앤트로픽은 '페이블5'·'미토스5′, 오픈AI는 'GPT-5.6 솔'로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은 6월로 예정됐던 차세대 모델 '제미나이 3.5 프로'를 아직도 선보이지 못했다. 구글이 최신 모델의 성능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출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샷AI의 '키미 K3', 즈푸AI의 'GLM-5.2' 등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이 성능 측면에서 제미나이를 제치는 등 약진하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중국 경쟁사 외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도 최신 모델을 잇따라 공개하면서 AI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이 AI 모델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시장 우려가 커진 가운데 피차이 CEO는 구글의 AI 성과를 공유하면서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제미나이 앱의 월간활성사용자(MAU)가 9억5000만명을 달성했고, 포춘 100대 기업의 약 90%가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제미나이 3.5 프로'를 테스트 중이며, 차세대 모델 '제미나이 4'의 사전 학습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