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투자 확대 영향으로 서버 D램 현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계약 가격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서버 D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현물 가격 강세가 향후 계약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 기대도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64기가바이트(GB) 서버 D램(RDIMM) 현물 가격은 31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6월 말 고정거래가격인 1380달러보다 약 146% 높은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서버 D램 현물 가격이 7월 중순 이후 가파른 상승세로 전환됐다"며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추진되는 소버린 AI 프로젝트와 신규 AI 데이터센터 테스트 수요가 확대되면서 샘플로 공급할 물량조차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현물 가격이 계약 가격을 큰 폭으로 웃도는 현상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서버 D램은 대부분 장기 계약으로 거래되는 만큼, 현물 시장은 긴급하게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고객들이 이용하는 시장이다. 현물 가격 급등은 AI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계약 물량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국가 주도의 소버린 AI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서버 구축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테스트용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고객사 샘플용 서버 D램 확보도 쉽지 않을 정도로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가격 상승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AI 투자 효과가 서버 D램으로 확산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AI 서버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뿐 아니라 대용량 DDR5 서버 D램이 함께 탑재된다. 최근 알파벳이 올해 자본지출(CAPEX) 전망을 상향한 데 이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도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서버 D램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HBM은 수익성이 높은 제품이지만 생산량이 제한적인 반면 서버 D램은 두 회사 메모리 사업의 핵심 매출원이다. 업계에서는 현물 가격 강세가 향후 고정거래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메모리 사업 전반의 평균판매가격(ASP)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현재 상황이 올해 1월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당시에도 AI 서버용 긴급 주문이 몰리며 서버 D램 현물 가격이 먼저 상승했다. 이후 2월부터 고정거래가격이 올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핵심은 현물 가격 상승이 고정거래가격으로 이어질지 여부"라며 "계약 가격까지 오를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실적 개선 기대도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