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가 내년부터 첨단·성숙 공정 가격을 최대 10% 인상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해외 생산기지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22일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주요 고객사들과 가격 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새로운 가격 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7나노미터(nm) 이하 첨단 공정은 고객사와 제품에 따라 기본 가격을 5~10% 인상한다. 특히 고객사가 당초 계약 물량을 초과해 고성능컴퓨팅(HPC)용 칩을 추가 주문할 경우 기본 인상분 외에 10~15%의 할증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일부 AI 반도체의 실제 가격 인상 폭은 1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12·16·28나노 등 성숙 공정도 최대 10% 인상 대상이다. 다만 일부 제품은 인상 폭이 이보다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지난 6월부터 주요 고객사들과 가격 협상을 진행해 이달 마무리했으며, 인상된 가격은 내년 초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TSMC가 시장 예상보다 완만한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 인상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고객사들이 생산 계획과 제품 가격을 조정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TSMC의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 애플, 구글, 아마존, 퀄컴, Arm, 미디어텍 등 글로벌 빅테크와 팹리스 업체들이다.

최근 AI 투자 확대를 배경으로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서 가격 인상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인텔과 AMD는 AI 서버용 반도체 가격을 인상했으며, TSMC 계열 파운드리인 VIS와 대만 2위 파운드리 업체 UMC도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업계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유리섬유와 인쇄회로기판(PCB), 첨단 패키징을 비롯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TSMC도 해외 공장 증설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인정했다. 웬델 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설명회에서 미국 애리조나 공장 증설과 2나노 공정 양산 확대가 당분간 수익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애리조나 투자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1000억달러 확대하고, 올해 설비투자(CAPEX)도 최대 640억달러로 늘렸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가격을 한 번에 4~5배 올리는 방식은 택하지 않는다"며 "고객과 함께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정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TSMC는 가격 인상 보도와 관련해 "가격 정책은 공개하지 않는다"면서도 "기회주의가 아닌 장기 전략에 따라 고객과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라고 밝혔다고 닛케이 아시아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