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K-디스플레이 2026) 부스 투어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정두용 기자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라 완제품 원가 부담이 커지는 '칩플레이션'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 디스플레이 업황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스마트폰과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완제품 업체의 원가 부담이 패널 가격 인하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K-디스플레이 2026) 부스 투어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칩플레이션 때문에 하반기 (사업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도 많이 줄고 있고 IT OLED도 많이 줄고 있다"며 "전체 물량이 감소하면서 부품과 디스플레이 쪽에도 가격 압박이 굉장히 크게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은 스마트폰과 PC 등 완제품 수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데스크톱·노트북 출하량은 6567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3.6% 줄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역시 전년 동기보다 11% 줄어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 사장은 "고객들을 포함해 지금 시기를 잘 버티고 이겨낸다면 이후에는 더 좋은 실력이 쌓일 것"이라며 "상반기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는데, 하반기도 나쁘지 않게 만들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을 좀 싸게 줬으면 좋겠다"며 "진짜 너무 힘들고, 고객들도 모두 어려워한다"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포함된 삼성의 충청권 투자 계획은 곧바로 준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아산 2단지 투자 재개 시점을 묻는 말에 "바로 해야 한다"며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은 지난 2일 충청권에 약 14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산에 67조원을 들여 폴더블 등 차세대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 확장현실(XR) 기기용 초고해상도 마이크로디스플레이 생산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8.6세대 IT OLED 생산 라인에 대해서는 "현재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큰 문제 없이 양산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A6 라인에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IT OLED 양산 체제를 구축해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 상태다. 기존 스마트폰용 6세대보다 큰 8.6세대 원장을 사용해 노트북과 태블릿용 패널의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생산 시설이다.

폴더블 OLED 시장에서는 품질과 내구성을 앞세워 선두 지위를 지키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사장은 "중국 고객과 업체를 제외하면 폴더블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다"며 "품질과 내구성, 디스플레이 특성에서 기술력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10시(한국시각) 영국 런던에서 하반기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폴더블폰 신작 3종을 공개한다. 이 사장은 폴더블 신제품 패널에 대해 "자신이 없었으면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경쟁사의 폴더블 패널 시장 진입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사장은 "언제든지 경쟁사들이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객이 원하는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치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유일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중국 BOE와의 경쟁에 대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강조했다. 그는 "결국 고객이 만족하는 기술과 가격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해내느냐 못 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산량 측면에서는 중국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이는 우리에게 굉장히 큰 도전"이라며 "한국 디스플레이가 OLED로 치고 나가고 그 이후 기술도 계속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5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고 거의 매 순간 세계 최고를 유지했는데, 지금 와서 밀려나면 안 된다"며 "더 잘 준비해 이겨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작년 3월 제10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에 취임했다. K-디스플레이 2026 개막식 환영사에서는 인공지능(AI) 확산이 디스플레이 산업에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확대는 고성능 디스플레이와 광학 부품 수요로 이어지고, 온디바이스 AI 기기는 저전력·고화질 패널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 글라스와 AI 엣지 디바이스, 휴머노이드 등 지금까지 주력이 아니었던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혁신 기술이 맞물릴 때 K-디스플레이의 새로운 번영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