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팔이 던진 농구공이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만든 농구대 백보드를 강하게 때린 뒤 골망을 갈랐다. 공이 부딪힐 때마다 '쿵' 소리가 났지만 화면은 끊김 없이 영상을 내보냈다. 관람객들은 공이 화면을 때리는 순간마다 휴대전화를 들어 영상을 찍었다.
몇 걸음 떨어진 LG디스플레이 부스 전면에서는 휴머노이드 얼굴에 적용된 플라스틱 OLED(P-OLED)가 관람객을 맞았다. 미래 디스플레이가 로봇에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먼저 보여준 뒤, 안쪽에는 거실·업무 공간·차량 등 생활과 산업 현장의 활용 장면을 차례로 배치했다. 관람객들은 로봇의 얼굴을 살핀 뒤 자연스럽게 각 체험 공간으로 이동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2일 개막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전시회'(K-디스플레이 2026)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마련한 전시 부스는 늦은 오후까지 관람객들로 붐볐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끄는 양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로봇·모빌리티·정보기술(IT)을 OLED의 새 수요처로 제시했다. 양사 부스 주변에는 전시 설명을 들으려는 관람객과 체험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이어졌고, 주요 제품 앞에서는 촬영을 위해 발걸음을 멈추는 모습이 반복됐다.
같은 시장을 겨냥했지만 접근법은 달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새로운 폼팩터와 인공지능(AI) 인터페이스를 통해 OLED의 확장성을 강조했다면, LG디스플레이는 TV부터 스마트워치·차량·휴머노이드까지 이어지는 제품군과 실제 활용성을 앞세웠다. 전시 동선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제품의 물성과 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식으로 꾸렸고, LG디스플레이는 미래 기술이 생활로 이어지는 장면을 따라가도록 했다.
K-디스플레이 2026은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주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디스플레이 전문 전시회다. 25회를 맞은 올해 행사에는 142개 기업·기관이 446개 부스로 참가해 차세대 패널과 소재·부품·장비 기술을 선보였다.
◇ 같은 로봇 OLED… 삼성은 '상호작용', LG는 '현장 신뢰성'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휴머노이드용 OLED 패널을 주요 전시품으로 내세웠다. 양사가 미래 성장 시장으로 로봇 분야를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로봇과 사람의 상호작용에, LG디스플레이는 산업 환경에서 요구되는 안정적인 구동과 적용성에 무게를 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6.9형 OLED를 로봇 얼굴에 적용해 표정과 상태를 표시하고, 관람객의 시선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이는 아이 트래킹 기능을 구현했다. 1.3형 원형 OLED를 넣은 'OLED 컴패니언 AI 토이'와 소형 AI 펫봇, 목걸이형 AI 펜던트도 함께 전시했다. 휴머노이드용 디스플레이와 컴패니언 AI 토이는 이번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콘셉트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는 휴머노이드용 P-OLED를 국내에서 처음 공개했다. 차량용으로 먼저 적용해 온 P-OLED의 얇고 가벼운 특성과 영하 30도에서 영상 85도까지 작동하는 내구성을 로봇으로 확장했다.
◇ 미래차… '설계 자유도 향상' vs '움직이는 생활 공간'
차량용 전시에서도 두 회사의 해법은 엇갈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화면 표시 영역에 지름 80㎜ 구멍을 낸 '빅 홀' 센터페시아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홀에 쓰던 홀 인 액티브 에어리어(HIAA) 기술을 대형화해 기어 변속 다이얼과 송풍구를 화면 안에 넣었다. 평소에는 숨어 있다가 필요할 때 최대 15.5형까지 위로 펼쳐지는 세로형 슬라이더블 OLED도 선보였다. 화면과 물리 부품을 결합해 차량 내부 설계의 자유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 내부를 생활 공간으로 바꾸는 데 집중했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48형 필러투필러(P2P) 디스플레이를 배치하고, 뒷좌석 천장에서는 버튼을 누르면 18형 슬라이더블 OLED가 내려오도록 했다. 관람객들은 디지털 콕핏에 직접 앉아 화면이 펼쳐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화면의 구조를 바꿔 공간을 확보했다면 LG디스플레이는 대형화와 수납형 폼팩터로 이동 중 영상·회의·게임을 즐기는 장면을 구현했다.
◇ 삼성은 기술 체험, LG는 생활별 풀라인업
양사는 OLED 채택률이 높아지고 있는 IT·게이밍 영역에서도 차별화된 제품을 전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별 기술의 성능 차이를 직접 느끼게 했다면, LG디스플레이는 제품이 실제 사용 환경에서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에서 노트북·모니터·대형 QD-OLED로 전시물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폴더블 백보드와 사생활 보호 기술 '플렉스 매직 픽셀', 실제 꽃과 화면 속 색을 비교하는 전시를 통해 내구성·보안·화질을 직접 체감하도록 했다. 16형 탠덤 OLED와 최고 휘도 2000니트의 14형 울트라슬림 탠덤 OLED, 4K·360㎐를 구현한 31.5형 QD-OLED도 배치했다.
LG디스플레이는 비전·홈·워크·모빌리티 등 생활 장면을 따라 OLED를 배열했다. 24.5형 540㎐ OLED와 27형 듀얼 모드(DFR) 720㎐ OLED, 39형 5K2K OLED를 모은 게이밍 공간에는 체험을 기다리는 관람객이 몰렸다. 홈존에서는 최고 휘도 4500니트와 0.3% 미만 반사율을 구현한 탠덤 화이트 OLED(WOLED)를 낮과 밤의 거실 환경에서 비교하게 했다. 220ppi와 RGB 스트라이프 구조를 적용해 전문가 시장을 겨냥한 27형 5K OLED를 처음 공개했다.
한편,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이 각 부스를 돌며 서로의 기술과 사업 방향을 함께 살펴본 점도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정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 부스에서 스마트 글라스를 직접 착용했고, 이 사장은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지털 콕핏에 올라 대형·슬라이더블 패널을 살폈다. 두 사람은 상대 회사 제품을 가리키며 기술 구성과 적용 가능성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정 사장은 투어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삼성디스플레이가 굉장히 준비를 잘했다"며 "직접 둘러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