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인공지능(AI)인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신진서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3번기 최종국에서 카타고를 상대로 221수 만에 11집 반승을 거뒀다. 1국 패배 이후 2·3국을 연달아 따내며 최종 전적 2승 1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바둑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제3국에서 인공지능(AI) '카타고(KataGo)'와 대국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이번 대국은 신진서가 흑으로 두 점을 먼저 깔고 시작하는 접바둑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진서는 18집 반이 유리한 가운데 예상 승률 99%에서 최종 3국을 시작했다.

카타고는 1·2국과 달리 좌상귀 소목으로 첫 수를 두며 새로운 포석을 선택했다. 신진서는 초반 신중하게 대응한 뒤 큰 전투를 피하고 집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이어갔다. 그는 대회 전부터 "전투를 최대한 줄이고 집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승부는 중반 이후 갈렸다. 신진서는 상변과 중앙을 잇는 대규모 흑진을 구축하며 우세를 굳혔고, 이후에도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갔다. 1국과 2국에서는 승률 99%에 달했던 우세가 막판 흔들렸지만, 이날은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3시간 20여분, 221수를 둔 끝에 11집 반 차의 완승을 거뒀다.

대국 전만 해도 바둑계에서는 신진서가 한 판만 이겨도 성공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신진서는 대국 후 기자회견에서 "내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고 수비적으로 두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며 "내용은 3국이 더 좋았지만 가장 뿌듯했던 대국은 어려운 승부를 뒤집은 2국"이라고 말했다.

카타고에 대해서는 "AI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약점"이라며 "형세가 불리해져도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간 바둑은 상황에 따라 승부수와 묘수를 둘 수 있는 것이 매력"이라면서 "AI를 상대로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국은 신진서에게 제한시간 5시간과 초읽기 30초 1회가 주어진 반면, 카타고는 제한시간 없이 매 수 20초 안에 착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카타고의 수는 타이젬에 구축된 전용 시스템에서 계산됐으며, 한국기원 소속 이단비 초단이 이를 대리 착수했다.

최종 승리를 거둔 신진서는 대국료를 포함해 상금 2억5000만원과 부상으로 제네시스 G90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