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궤도 위성통신의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의 구축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최경일 KT SAT 대표는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6G 위성통신 콘퍼런스'에서 "궤도를 선점하는 국가가 사실상 '우주의 영토'를 확보하는 구조라, 2035년으로 설정된 한국형 저궤도 위성 통신망의 구축 시점이 너무 늦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우주항공청은 "2035년까지 최대 512기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한국형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겠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최경일 KT SAT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6G 위성통신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성민 기자

최 대표는 "독일, 일본, 인도는 '소버린(주권) 네트워크' 정책을 통해 2029년을 목표로 위성 통신망을 자체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며 "늦게 올라가는 위성은 충돌 위험 탓에 기존 위성과 같은 고도에 설 수 없으므로 우주의 영토를 선점하기 위해선 위성망 구축 시점을 2031년으로 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우주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수출 경쟁력을 갖추려면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데, 2035년이면 이미 전 세계 기업이 나름의 공급망을 구축한 뒤여서 너무 늦다"고 덧붙였다.

저궤도 위성 통신망은 6G(6세대 이동통신)의 핵심이어서 주목받는다. 5G(5세대 이동통신)까지는 위성 통신과 지상망이 별개 영역이었지만, 6G는 위성망과 지상망을 통합한다. 최 대표는 "위성망·지상망과 합쳐진 6G 통신망은 사람과 사람의 휴대폰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휴머노이드나 드론, 무인 택시, 무인 함정,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장비 등을 함께 연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군사 인프라로서 역할도 크다. 지상망이 파괴된 극한의 전장 상황에서 끊김 없는 통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전략적 가치가 입증됐다. 김정환 방위사업청 중령은 "정지궤도 위성의 지연 시간은 641밀리초(ms·1000분의 1초) 수준인 반면, 저궤도 위성의 지연 시간은 30ms 수준이어서 저궤도 위성의 응답 속도가 훨씬 빠르다"며 "무인기나 자폭 드론 등을 운용하며 방향 변경을 지시할 때, 지연 시간이 짧아야 정교한 조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글로벌 시장에서 저궤도 위성 통신망 구축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스타링크는 현재 운용 중인 위성 약 1만1000기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10만기의 저궤도 위성을 운용하겠다는 계획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했고, 중국은 20만기의 저궤도 위성 발사 계획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제출했다. 일본은 위성 통신을 경제 안보 인프라로 간주하며, 자체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3년간 최대 1500억엔(약 1조3600억원)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라쿠텐의 자회사인 라쿠텐 모바일이 사업 주체로 정해졌다.

김 중령은 "후발주자인 한국이 모든 기술을 다 확보를 한 뒤 위성 통신망 구축이라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면 늦을 수 있다"며 "도약적 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으로 마련되는 위성의 숫자가 부족해 글로벌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금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앤트로픽 미토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필수 인프라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언제든 소유권을 갖고 있는 강대국에 의해 인프라를 제한당할 수 있다"며 "위성통신은 6G 시대 필수 요소인데, 우리가 띄우는 위성은 숫자도 많지 않은 데다 이들이 한국 상공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다"고 지적했다.

김재현 아주대 교수는 "위성 통신은 국가 전략 인프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한국형 저궤도 위성 통신망 구축을 위해 민관이 원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