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가 오는 22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MD 어드밴싱 AI 2026'을 열고 차세대 인공지능(AI) 가속기 '인스팅트 MI450'과 랙 스케일 시스템 '헬리오스(Helios)' 정식 출시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보조를 맞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사양에 쏠리고 있다.
AMD의 MI450이 요구하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탑재량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망에서 AMD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엔비디아 한 곳에 쏠려 있던 HBM 고객 구조가 두 축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엔비디아 긴장하게 만든 AMD 차세대 AI 가속기
21일 업계에 따르면 AMD는 이번 행사에서 MI450의 구체적인 사양과 출시 일정, HBM4 수급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메모리 용량이다. MI450은 그래픽처리장치(GPU) 1개당 HBM4를 432기가바이트(GB)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베라 루빈(288GB)'보다 150GB가량 많은 수치다. GPU 하나가 얼마나 많은 AI 모델을 돌릴 수 있는지에 가장 큰 변수는 메모리 용량이다. 최근 AI 반도체 경쟁의 무게 중심이 연산 속도보다 메모리 용량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다.
AMD가 차세대 AI 가속기의 HBM4 용량을 대폭 확대하며 성능을 끌어올리자 엔비디아도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푸본리서치는 지난해 엔비디아가 AMD의 MI450을 의식해 루빈 설계를 다시 손보고 있고, 이 때문에 출시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컴퓨텍스 2026에서 루빈이 본격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고 공식 발표하며 이를 반박했지만, HBM4 공급 병목으로 올해 루빈 생산량이 당초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MD의 자신감은 이미 확보한 고객사에서도 확인된다. 오픈AI, 메타, 오라클 등 대형 고객사를 이미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라클은 올해 3분기부터 MI450 5만개를 자사 클라우드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AMD와 오픈AI, 메타 간 계약 규모는 각각 1000억달러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일변도였던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의 AI 칩 조달 구조에 실질적인 대안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양쪽 고객 다 잡는 이중 공급망
수요 확대는 국내 메모리 업계에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가속기용 HBM4 우선 공급사 자리를 차지했다. 동시에 엔비디아 루빈용 HBM4 최종 품질 검증도 통과해 이미 양산을 진행 중이다. 양산 수율의 경우 지난해 4분기 50% 수준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60~70%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루빈향 공급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AMD로의 공급 확대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에 이어 AMD의 약진은 결과적으로 두 회사 모두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AMD가 이번 행사에서 차기 제품인 'MI500' 로드맵을 함께 공개할 경우, HBM4E(7세대 HBM) 채용 시점이 국내 메모리 양사의 양산 일정과 어떻게 맞물릴지도 관심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가 늘어날수록 가격 협상력이 개선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AMD의 약진이 메모리 업계에 새로운 성장축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결국 두 회사가 서로 경쟁하며 물량을 늘려가는 구도 자체가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