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인공지능(AI) 모델이 없는 기업도 정부 기준을 충족하는 다른 국내 기업의 모델을 50% 이상 사용하면 '모두의 AI'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공진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정책기획과장은 21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모두의 AI' 사업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하지 않은 플랫폼·서비스 기업에도 사업 참여 기회를 열어놓은 것이다.
모두의 AI는 국산 AI 모델을 기반으로 범용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전 국민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8월 중 2~3개 기업을 선정하고 9월 베타서비스를 거쳐 12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사업자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기준을 충족하는 국산 AI 모델을 전체 사용량의 50% 이상 활용해야 한다. 국내 AI 생태계 다원화를 위해 다른 기업의 국산 모델도 30% 이상 함께 사용해야 한다.
공 과장은 "국산 모델 50%와 타사 국산 모델 30%를 사용한다는 조건이 외산 모델을 20%까지 쓸 수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필요 최소한을 넘어 외산 모델을 과도하게 활용하면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독파모 사업에서 탈락한 기업도 배제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자체 사전학습을 수행하는 '프롬 스크래치' 방식 등으로 모델의 독자성을 입증하면 모두의 AI 사업에서 독자 모델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반면, 외산 모델은 고난도 추론이나 멀티모달 등 국산 모델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 기본 AI 서비스는 무료로, 고도화 기능은 유료로
공 과장은 모두의 AI를 추진하는 배경으로 외산 AI 서비스 의존 위험을 들었다. 공 과장은 "전 국민이 외산 AI를 계속 사용하다가 한꺼번에 이용이 통제되면 경제·사회적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현재 2만~3만원인 구독료가 향후 급격히 오를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국민이 한글과 산수처럼 AI를 익히고, 계산기처럼 쉽고 부담 없이 활용해야 한다"며 "연내 범용 챗봇과 공공 AI 서비스를 출시하고 2027년 이후에는 '1인 1 AI 에이전트'로 고도화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의 기본 기능은 이용료와 사용량 제한 없이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공 AI 에이전트는 이용자가 받을 수 있는 복지·행정 서비스를 먼저 찾아 알려주고, 자격 확인과 신청까지 지원하는 형태다. 다만 기업이 제공하는 특화 서비스나 고성능 기능까지 모두 무료로 개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기본 서비스를 넘어서는 기능을 유료로 제공하거나 기존 플랫폼과 서비스를 연계하는 등 자체 수익 모델을 마련할 수 있다.
이종근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기획과 서기관은 "기본 기능을 넘어서는 고도화 기능에 수요가 있고 기업이 유료 이용자를 확보할 전략이 있다면 유료 서비스 운영을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기업마다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과 플랫폼 운영 방식이 달라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할 수 있다. 공공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정한 수익이 나야 자생적인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 B200 512장 지원… 기업 자부담도 의무
정부는 올해 구매한 엔비디아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 최대 512장을 사업자에게 배분한다. 공 과장은 "2개사를 선정하면 각 256장을 지원하고, 3개사를 뽑으면 평가 순위에 따라 1위에 256장, 2·3위에 각각 128장을 제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B200 한 장의 환산 단가는 월 660만원이다. 올해 협약 기간인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의 GPU 환산액을 정부지원금으로 계산한다.
기업은 정부지원금에 맞춰 자부담금을 투입해야 한다. 컨소시엄에 대기업이 한 곳이라도 포함되면 대기업 기준이 적용된다. 공 과장은 "최소 자부담 비율은 대기업 10%, 중견기업 6%, 중소기업 5%다. 자부담금 가운데 현금 부담 비율은 대기업 15%, 중견기업 13%, 중소기업 10% 이상"이라며 "기업 규모별 자부담 매칭액이 가장 큰 기업에는 발표평가에서 3점의 가점을 주고, 2위와 3위에는 각각 2점과 1점이 부여된다"고 했다.
기존 서비스에 국산 AI 모델만 바꿔 넣는 방식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별도 모두의 AI 서비스를 구축하되, 기존 플랫폼이나 상용 서비스와 연계하는 것은 가능하다. 정부는 기술 벤치마크보다 실제 이용자 반응과 이용자 수를 중심으로 성과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용자 확보에 실패한 기업은 연차평가(지난 1년간 업무 성과와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절차)를 통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다른 사업자로 교체될 수 있다.
이 서기관은 "정부 사업에 한 번 선정됐다는 이유로 잘되지 않는 서비스를 계속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용자 수가 현저히 나오지 않는다면 연차평가를 통해 새로운 기업을 선정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공모에 약 10개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는 LG유플러스와 카카오를 비롯해 라이너, 리벨리온, 이스트소프트, 스켈터랩스, 솔트룩스 등 플랫폼·AI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