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샷AI의 인공지능(AI) 모델 '키미' 로고./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가 공개한 최첨단 AI 모델 '키미 K3'가 미국 최상위 모델에 맞먹는 성능을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이른바 '가성비' 오픈웨이트 모델(가중치 공개)로 미국 최상위 모델과의 기술 격차를 2~4개월 수준으로 좁히면서 미·중 AI 패권 경쟁의 판도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해온 폐쇄형 AI 모델의 기술 우위가 시험대에 오르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올해 계획한 약 1870억달러(약 280조원) 상당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를 그에 걸맞는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압박이 커졌다.

20일 테크 업계에 따르면 문샷AI는 지난 17일 최신 AI 모델 '키미 K3'를 선보였다. 키미 K3은 모델의 규모와 복잡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인 매개변수(파라미터)가 2조8000억개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오픈웨이트 AI 모델이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이용자가 가중치(모델이 학습한 핵심 값)를 내려받아 자체 인프라에서 운영하거나 목적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 이는 파라미터 1조8000억개로 추정되는 오픈AI의 기존 'GPT-4' 모델을 웃도는 수준이다.

키미 K3는 주요 성능 지표에서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인정받으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AI 성능 분석기관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종합 지수에서 키미 K3는 앤트로픽의 '페이블5'(60점), 오픈AI 'GPT-5.6 솔'(59점)에 이어 3위(57점)를 기록했다. AI 성능 비교 플랫폼 아레나의 웹 개발 부문에서 키미 K3는 '페이블5'와 'GPT-5.6 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검색 성능을 평가하는 브라우즈컴프에서도 페이블과 솔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중국 AI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과 제한된 반도체 자원으로 고성능 모델을 개발하면서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지난주 미국 기술주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국내 증시도 오전에 4% 이상 급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시장에서는 키미 K3의 등장으로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우려가 재점화되면서 국내외 증시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오픈AI와 앤트로픽은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해 고성능 폐쇄형 모델을 개발한 뒤 이를 기업과 개인에 구독 형태로 판매하는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양사 모두 올해 들어서만 각각 10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성능이 좋고 저렴한 AI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오픈AI와 앤트로픽이 높은 가격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9개월 수준이었던 미·중 AI 기술 격차가 최근 2~4개월로 좁혀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딥시크가 지난해 저비용 AI로 시장을 뒤흔들었다면, 키미 K3은 기대 이상의 성능으로 충격을 안긴 셈이다. 키미 K3은 딥시크 모델과 비교해 이용료가 10배 가까이 비싸지만, 오픈AI의 'GPT-5.6 솔' 대비 이용료가 반값이라 성능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기업간 AI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모델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앞서 중국 즈푸AI가 지난달 출시한 최신 모델 'GLM-5.2'도 앤트로픽 '클로드 오퍼스 4.8'에 필적하는 취약점 탐지와 코딩 성능으로 주목을 받았다. 알리바바도 이날 차세대 모델 '큐원 3.8 맥스'의 프리뷰 버전을 공개했는데, 회사는 새 모델이 2조4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초거대 모델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현재 성능 1위인 앤트로픽 '페이블 5'에 이어 2번째로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키미 K3의 출시로 탄력을 받은 문샷AI는 6개월 내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고, 딥시크도 내년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키미 K3가 몰고 온 충격이 딥시크 사태처럼 일시적인 혼란에 그칠지, 그간 증시를 끌어올린 AI 열풍이 식고 있다는 신호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은 대규모 AI 인프라를 둘러싼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향후 2주간 빅테크의 2분기 실적 발표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애플, 아마존 등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AI 투자가 실제 성장과 수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증시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이크 셀츠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AI 거품이 꺼질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번 실적 발표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에서 고성능 모델이 쏟아지면서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키미 K3 같은 가성비 모델들도 구동하려면 AI 연산(컴퓨팅) 자원은 물론, 막대한 양의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메모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출시 직후 키미 K3에 대한 수요가 폭증해 GPU 자원이 48시간 만에 한계에 도달하자, 문샷AI는 이날 일시적으로 신규 구독을 중단하고, 컴퓨팅 용량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자이자 BEP리서치 창업자인 벤 풀라디안은 "이는 제번스의 역설로, AI 비용이 낮아질수록 컴퓨팅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AI 비용이 낮아져 더 많은 개인과 기업이 AI를 사용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의 메모리 수요도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