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독일 음식 배달 업체 딜리버리히어로 인수를 통해 국내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을 확보하면서 카카오T에 밀린 국내 택시 호출 사업의 반등 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배민의 대규모 이용자 기반을 우버택시로 끌어오고, 배달과 이동 서비스를 앱·멤버십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은 기회로 꼽힌다. 다만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이 이미 카카오T 중심으로 굳어진 데다 우버택시의 배차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만큼, 실질적인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기사와 차량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버와 딜리버리히어로 로고./연합뉴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우버는 지난 16일 딜리버리히어로와 기업 결합 계약을 체결하고 주당 41.5유로에 공개 매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거래 가치는 148억달러(약 22조원) 규모다. 인수 대상에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였던 배민을 비롯해 중동의 탈라바트, 중남미의 페디도스야 등 50개 시장의 배달 사업이 포함됐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인수를 통해) 함께 모빌리티 및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 수를 거의 두 배로 늘리고, 검증된 플랫폼을 확장하여 고객과 주주 모두에게 장기적으로 상당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 택시 타면 배달 주문 할인… 일본 모델 도입할까

우버의 핵심 사업은 택시 호출 서비스인 우버택시와 음식·식료품 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다. 우버는 이번 인수를 발판 삼아 택시 호출 고객과 배달 앱 고객을 서로 유입시키는 이른바 '크로스플랫폼(교차 플랫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 우버는 통합 멤버십 '우버 원(Uber One)'을 운영 중이다. 일본 우버 원 회원은 월 498엔을 내면 우버이츠 배달비를 면제받고, 우버 차 이용액의 10%를 크레딧으로 돌려받는다. 적립한 크레딧은 다시 음식 주문이나 차량 호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우버이츠 앱에서도 우버의 차량 호출 서비스로 연결돼 택시를 부를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 연계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 우버의 모빌리티 사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일본 우버 모빌리티 사업의 2025년 거래액은 전년 대비 약 두 배 증가했다.

일본 우버에 따르면, 우버택시 첫 이용자의 약 4분의 1이 우버이츠 앱을 통해 유입됐으며, 우버이츠와 우버택시를 모두 이용하는 고객은 한 가지 서비스만 이용하는 고객보다 7.5배 빠르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유사한 연계 전략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배민 앱에서 우버택시를 호출할 수 있도록 두 서비스를 연결하거나, 배민의 구독 서비스 '배민클럽'과 우버 원의 혜택을 연계해 배달 고객을 우버택시 이용자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거론된다.

◇ '시장 포화' 한국은 일본과 달라… 기사 확보가 관건

다만 일본의 성공 사례가 국내에서도 재현될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전체 택시 배차에서 앱 호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대에 그쳐 우버가 신규 이용자를 확보할 여지가 컸다. 반면 서울연구원의 2023년 시민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의 택시 호출 앱 이용률은 80.9%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포화된 상태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택시 앱 일반 호출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배민의 이용자들이 우버택시로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배달 앱과의 연계가 택시 호출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선례도 있다.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인 메이투안은 2017년 택시 호출시장에 진출했지만, 충분한 기사와 차량을 확보하지 못해 경쟁에서 고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메이투안은 2023년 직접 호출 서비스를 없애고 외부 택시 호출업체를 연결하는 중개형 모델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사업을 축소했다.

우버 택시가 국내 점유율을 확대하려면 배민을 통한 이용자 유입과 함께 기사와 차량 공급을 늘리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에서는 현지 택시 회사와 배차 시스템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었다. 우버재팬은 2025년 2월 택시 배차 시스템 업체 전뇌교통과 제휴해 약 2만대에 도입된 배차 시스템 'DS'를 우버 플랫폼과 연동했다. 택시 회사와 기사가 기존 단말기에서 전화 호출과 우버 호출을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해 별도의 시스템을 보급하지 않고도 호출 가능 차량과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 본격적인 시너지는 내년 하반기 이후

한편, 우버와 배민 간 구체적인 연계 방안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는 2027년 하반기 이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버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브랜드이자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 중 하나인 한국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해 왔다"며 "우버는 배달의민족이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과 가치를 깊이 존중하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