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달리

카카오 자회사 디케이테크인(DKT)과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지난해 3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로 선임된 이원주 대표가 이달 1일 DKT 대표직에서 자진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직은 유지하고 있지만, 적자를 줄이며 실적을 개선하던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DKT는 외부 고객사의 시스템통합(SI) 구축과 운영을 담당합니다. 이를 통해 수주부터 구축·운영까지 이어지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체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이 대표에게 두 회사의 경영을 함께 맡긴 것도 양사의 기술력과 영업 역량을 결합해 B2B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 양사 시너지 이끌던 대표… 취임 1년여 만에 겸직 종료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4월 DKT 대표 직무가 정지된 뒤 약 두 달여 만인 이달 1일 대표직에서 자진 사임했습니다. 카카오 측은 "이원주 대표가 DKT 내부 경영 이슈로 인해 자진 사임했으며, 이에 따라 이채영 신임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해당 경영 이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세부 사항은 비공개 사항이라 밝히기 어렵다"라고 답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DKT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친분이 있는 업체를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당 거래의 절차와 조건이 적절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했는지 등을 놓고 사실관계를 회사 측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관련 의혹이 사실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카카오도 내부 경영 이슈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사실관계 확인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는 2015년부터 10년 넘게 DKT를 이끌었습니다. 지난해 3월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로도 공식 선임됐습니다. 카카오는 당시 이 대표의 B2B IT 사업 경험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AI·클라우드 인프라 역량을 결합하기 위해 양사 대표 겸직 체제를 택했습니다. 이 대표도 취임 당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디케이테크인이 보유한 기술력과 비즈니스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비즈니스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양사 협업 체제가 가동된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실적도 개선됐습니다. 매출은 2024년 1348억원에서 지난해 1697억원으로 25.9%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72억원에서 343억원으로 49% 줄었습니다. 문제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실적 반등을 이어가야 하는 시점에 협업을 이끌던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점입니다.

◇ 사실관계 확인 결과 따라 대표직 거취도 변수

향후 사실관계 확인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직도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현재는 DKT 내부 경영 이슈의 실체가 최종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이 대표의 책임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회사 손해나 이해충돌, 경영진의 의무 위반 등이 드러날 경우 이 대표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직 유지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양사 시너지를 이유로 두 회사의 경영 권한을 함께 맡긴 만큼, 문제가 확인될 경우 책임 역시 회사별로 분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카카오 노조는 이 대표가 직무 정지에 들어갔을 때부터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경영 리더십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지난 6월 4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겸직하던 DKT 대표직에서 직무가 정지되면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경영 리더십마저 불확실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노조는 클라우드 사업의 중장기 비전과 사업 로드맵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반복된 조직 개편과 고용불안에 대표 리스크까지 더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표의 DKT 사임으로 두 회사의 대표를 한 사람에게 맡겨 시너지를 높이려던 카카오의 구상도 사실상 재검토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DKT의 사업 협력은 계속될 수 있지만, 경영진이 분리된 상황에서 수주와 기술 개발, 고객 대응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카카오가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할지,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양사의 역할과 협업 방식을 다시 설계할지에 따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실적 개선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