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들이 체감하는 기술 난이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와 3D 낸드플래시 등 첨단 메모리는 구조가 갈수록 깊고 복잡해지면서 식각 공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경기 화성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도엽 공정 엔지니어는 "최근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프로파일 허용 오차 기준이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졌고, 새로운 소재가 도입되면서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부산물과 결함 메커니즘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엔지니어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약 4년간 근무한 뒤 공정 엔지니어로 직무를 전환했고, 최근에는 한양대 대학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며 플라즈마 분야 전문성을 높였다. 현재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 적용되는 식각 장비 '심3(Sym3)' 플랫폼을 담당하며 플래시 메모리 식각 공정을 개발·최적화하고 있다.
그는 첨단 공정일수록 개별 장비 성능보다 전체 공정을 함께 최적화하는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식각뿐 아니라 증착, 이온주입, 화학적기계연마(CMP), 세정, 계측·검사 등 반도체 제조 전반의 장비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공정 전후 단계를 연계하는 통합 재료 솔루션(IMS)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으로, 국내에는 약 2000명의 임직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과 기술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다음은 이도엽 공정 엔지니어와의 일문일답.
-하드웨어 엔지니어에서 공정 엔지니어로 직무를 옮긴 이유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장비의 구조와 동작 원리, 설비 이슈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았다. 이후 장비를 넘어 실제 챔버 안에서 어떤 물리·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공정 이해와 최적화 역량까지 갖춘다면 엔지니어로서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직무를 모두 경험한 강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설비와 공정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설비 문제인지 공정 레시피나 플라즈마 조건의 문제인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 속도가 빨라진다."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공정 엔지니어로 더 성장하고 싶었다. 플라즈마는 온도와 압력, 가스 조성 등 작은 조건 변화에도 특성이 크게 달라지는 복잡한 분야다. 대학원에서 플라즈마를 깊이 공부하면서 공정 현상을 보다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됐고 공정 개발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는.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정에 적용되는 식각 장비 '심3(Sym3)' 플랫폼을 담당하고 있다. 플래시 메모리 공정 가운데 일부 식각 공정을 개발하고 최적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심3 플랫폼의 차별점은.
"최근 반도체는 미세화와 3D 구조 확대로 점점 더 깊고 복잡한 구조를 갖게 된다. 심3 플랫폼은 PVT(Pulse Voltage Technology)를 적용해 플라즈마를 마이크로초 단위로 정밀 제어한다. 플라즈마 내 이온의 각도와 에너지를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고종횡비 구조에서도 안정적인 수직 프로파일 구현이 가능하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만의 강점은.
"식각뿐 아니라 증착, CMP, 세정, 계측 등 반도체 제조 전반의 공정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 공정은 단일 공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식각과 증착, 세정, 계측 등 여러 공정을 함께 최적화하는 IMS(Integrated Materials Solution)를 통해 고객사의 성능과 수율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고객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식각 속도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다. 공정 조건을 강화하자 장시간 운전 과정에서 챔버 내부에 부산물이 축적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 본사 엔지니어들과 함께 원인을 분석하고 공정 조건과 세정 공정을 함께 최적화해 생산성과 수율을 모두 개선할 수 있었다."
-AI 시대를 현장에서 어떻게 체감하나.
"AI 반도체 확산으로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모두 미세화와 3D 구조 전환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전 세대에서 축적한 공정 조건을 다음 세대에도 일부 활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고객사 요구 수준도 더욱 엄격해졌고 새로운 소재가 적용되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부산물과 결함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경험만으로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문제를 빠르게 이해하고 해결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반도체 엔지니어를 꿈꾸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조언한다면.
"가장 중요한 역량은 논리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다. 현상이 발생했을 때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단일 공정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 공정 흐름을 이해하는 시각도 필요하다. 다양한 부서 엔지니어들과 협업해야 하는 만큼 소통 능력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