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프로기사가 핸디캡을 받고도 바둑 인공지능(AI)을 이기지 못했다.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은 17일 중구 청파로 한국경제TV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3번기 1국에서 바둑 AI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에 245수 만에 흑 불계패했다.
이날 대국은 신진서가 흑을 잡고 두 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진행됐다. 대국 시작 전 AI는 신진서의 승률을 99%, 집 차이는 18집 이상 유리한 것으로 예측했다.
불리한 상황에서 대국을 시작한 카타고는 초반부터 변칙 수를 들고나왔다. 평소 연습 대국과 달리 첫 수를 화점에 둔 데 이어 두 번째 수로 우상귀에 세 칸 높은 걸침수를 뒀다. TV 해설을 맡은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은 "평생 보지 못한 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투를 피하고 집바둑으로 가겠다는 작전을 공개했던 신진서는 카타고의 변칙 수에도 우상귀를 날일자로 굳히며 실리를 챙겼다. 침착하게 반면을 운영한 신진서는 중반까지 유리한 형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돌이 쌓이면서 카타고의 연산 능력이 신진서를 앞서기 시작했다. 신진서의 예상 승률은 조금씩 하락했고, 90수가 실착이 되면서 80%대로 급락했다.
결정적인 장면은 102수였다. 신진서는 중앙 백 대마를 잡기 위해 상대 돌을 포위하는 강수를 던졌다. 하지만 이 수는 결과적으로 무리수가 되면서 형세가 역전되고 말았다. 카타고가 가볍게 타개에 성공하며 백 대마를 살리자 신진서의 예상 승률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후 신진서는 100여 수를 더 두며 상변에서 패싸움까지 이어갔지만 집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245수 만에 돌을 던졌다.
이번 대국은 제한 시간의 3분의 2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대마가 잡히거나 집 차이가 30집 이상 벌어져야 불계를 선언할 수 있다. 신진서에게는 5시간의 제한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졌고, 카타고는 제한시간 없이 매 수 20초 안에 착수했다.
신진서는 대국당 5000만원씩 총 1억5000만원을 받으며, 승리할 때마다 5000만원의 추가 수당을 지급받는다. 2승 이상을 거둘 경우 제네시스 G90도 부상으로 받는다. 카타고의 착수는 한국기원 소속 이단비 초단이 대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