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민 언바운드랩데브 최고경영자(CEO)가 16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에이전트포스 디지털 서밋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이호준 기자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업무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에만 활용하면 AI 네이티브 전환에 실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부서별 핵심성과지표(KPI)를 달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위 조직이나 사업 전체의 목표를 기준으로 AI 과제를 완전히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용민 언바운드랩데브 최고경영자(CEO)는 16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에이전트포스 디지털 서밋 2026'에서 "기존의 KPI에 멈춰서는 안 된다"며 "바로 위 상위 조직의 목표를 해결하는 '레벨 플러스 원(Level+1)' KPI를 설계하고, 이를 기준으로 AI 과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전트포스 디지털 서밋은 세일즈포스가 주최하는 마케팅·커머스 특화 콘퍼런스다. 올해 행사는 'The Next Question: 비즈니스의 판을 바꾸는 날카로운 호기심'을 주제로 개최됐다.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조 CEO는 삼성전자와 구글을 거쳐 2024년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언바운드랩데브를 설립했다. 언바운드랩데브는 글로벌 AI 선두 주자인 앤트로픽과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초기 투자사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조 CEO는 기존의 오래된 KPI 프레임워크를 그대로 둔 채 AI를 더하는 방식만으로는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꿀 수 없다고 짚었다. 대신 AI가 사업의 상위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KPI 자체를 재정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편의점 기업들이 '1+1 행사'에 AI를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 기업은 유통 기한과 재고 데이터를 연동해 제품 폐기량을 줄이는 데 집중한 반면 다른 기업은 기상 정보와 배송 일정, 월드컵 경기 일정 등 외부 변수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행사 상품 구성을 설계했다.

조 CEO의 설명에 따르면, 두 번째 기업의 한 실증 점포에서는 삼각김밥과 유제품 폐기량이 늘었지만, 점주의 월 수익은 약 80% 늘었다. 기존의 '폐기량 최소화'보다 한 단계 높은 '점주의 최종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AI를 설계한 결과라는 것이다.

박세진 세일즈포스 코리아 대표가 16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에이전트포스 디지털 서밋 2026'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조 CEO는 또 기업들이 AI를 기존 업무의 처리 시간을 줄이는 도구로만 보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8시간짜리 업무를 5분으로 줄이는 AI 과제를 만들면 비용이 절감되고 효율적으로 운영된다고 착각하지만, 실제 삶이 바뀌었느냐를 봐야 한다"며 "업무 효율화에 방점을 찍기보다 '나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어떠한 솔루션이 필요한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대체'는 현재 업무를 단순히 효율화하는 데 머물지 않고, AI가 업무를 대신한다고 가정해 더 높은 수준의 문제와 새로운 KPI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기업들이 'AI 보조→AI 주도→AI 네이티브' 방식으로 단계별 로드맵을 세우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조 CEO는 "단계별 접근으로는 AI 네이티브로 가기 어렵다"며 "더 나은 의사 결정을 위해 AI 네이티브 엔진을 설계할 것인지, 기존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설계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일즈포스도 기업용 AI의 가치가 단순한 내부 운영 효율화를 넘어 비즈니스의 실질적인 성장과 맞닿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진 세일즈포스 코리아 대표는 "AI가 최적의 답을 제안하는 시대에 기업의 경쟁력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도출한 인사이트를 어떻게 고객 경험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이제 AI 에이전트는 마케팅과 커머스 영역에서 고객의 행동과 의도를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캠페인과 커머스, 영업, 서비스 전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