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는 강력한 산업 인프라와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AI) 역량을 가진 우리나라에 큰 기회가 될 것이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과기정통부·우주항공청 업무계획' 사전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물리법칙을 반영한 합성 데이터를 생산하는 독자 월드모델을 시작으로 범용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디바이스·AI 반도체를 연결한 국산 풀스택을 구축한다. 제조·국방·돌봄·농업 현장에서 실증한 뒤 피지컬 AI를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국내에 건설되는 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전력·냉각 장비의 국산화 및 수출 기반으로 활용한다. 피지컬 AI의 두뇌 역할을 할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도 병행한다. 과기정통부와 우주항공청은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하반기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정부가 정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K-반도체다.
구 차관은 "올 하반기 합성 데이터를 대량 생산하는 월드모델 독자 개발을 시작할 것"이라며 "사람처럼 행동하는 범용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이를 디바이스·AI 반도체와 결합한 국산 피지컬 AI 풀스택을 완성해 국내 전 분야로 확산하고 해외로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 피지컬 AI, 외국 기업 참여 허용하되 "국산화 최우선"
정부는 올해 물리법칙을 반영한 고품질 합성 데이터를 대량 생산하는 독자 월드모델 개발에 착수한다. 월드모델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피지컬 AI를 학습시키고, 3년 안에 범용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를 로봇 등 디바이스와 AI 반도체, 소프트웨어에 연결해 국산 피지컬 AI 풀스택으로 완성한다. 개발된 기술은 제조 현장을 시작으로 국방과 돌봄, 농업 등으로 확산한다.
피지컬 AI 사업에는 외국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국내 기술을 중심으로 월드모델과 파운데이션 모델, AI 반도체,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것이 정책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태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외국 기업의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해 "공모 과정에서 해외 업체가 들어오는 데 제한은 없다"면서도 "우리 기술로 피지컬 AI를 국산화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정책관은 "지난해 진행한 사전 검증 사업을 통해 우리 기술로 제조 현장의 피지컬 AI를 구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그 성과를 토대로 본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평가 과정에서도 이런 점이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국내 제조 현장에서 실증 실적을 확보한 뒤 피지컬 AI 모델과 반도체, 로봇·장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해외시장에 수출한다는 구상이다.
◇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비 90%가 IT·전력·냉각… 패키지 수출 추진
정부가 밝힌 AI 데이터센터 민간투자 규모는 총 550조원이다. SK와 GS, 네이버가 정부에 전달한 투자계획을 합산한 것으로, 정부는 해외에서 유치할 투자금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동원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인프라정책관은 "이번에 발표한 금액은 SK와 GS, 네이버가 정부에 알려온 투자 규모"라며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는 전력과 용수, 인허가 문제를 지원해 투자가 신속하고 원활하게 집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K가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울산 부지가 확정됐으며 다른 권역의 부지도 물색하고 있다. GS는 강원 동해, 네이버는 세종을 중심으로 여러 지역을 연계한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후보지는 기업의 투자 기밀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장비 수요다. 최 정책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비의 약 60%는 정보기술(IT) 장비, 20%는 전력 장비, 10%는 냉각 장비가 차지한다. 설비투자비의 약 90%가 IT·전력·냉각 장비에 투입되는 만큼, 정부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국내 장비 산업의 성장과 수출 확대로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최 정책관은 "HBM뿐 아니라 변압기와 냉각기 등도 이미 수출 상품화되고 있다"며 "장비 하나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비를 패키지로 묶어 수출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비상발전기 등 초대형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장비의 국산화도 추진한다. 국내에서 소형 건물용 제품은 생산되고 있지만,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수 있는 대형 제품군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핵심 장비의 국산화와 고도화를 지원하고 인재 양성, 시험시설, 금융, 수출 지원을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와 연계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데이터센터 투자가 늘어나는 지역의 공급망에 국내 기업을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 메모리·연산 소자 이종 적층… "성능·에너지 효율 10배"
피지컬 AI의 두뇌 역할을 할 차세대 반도체 사업은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소자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최현옥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과장은 "현재 민간에서 개발하거나 산업계에서 사용하는 기술은 메모리를 적층하는 HBM"이라며 "새 사업에서는 메모리뿐 아니라 연산 소자까지 묶는 이종 적층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나노 이하 차세대 소재와 소자 구조를 개발해 반도체 성능을 기존보다 10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메모리와 연산 소자를 결합하는 이종 적층 기술로 에너지 효율도 10배 이상 개선한다는 목표다. 구체적인 연구개발 로드맵은 연내 마련한다.
AI 반도체는 칩 개발에 그치지 않고 인프라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국산 기술로 연결한다. 국내 대기업 제품과 공공 분야에서 국산 AI 반도체를 우선 적용해 초기 시장과 실증 사례를 확보할 계획이다.
◇ 무료 국산 AI, 8월 사업자 선정·연내 본서비스 출시
정부는 국민이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국산 범용 AI 챗봇 '모두의 AI'의 사업자를 8월 선정하고, 9월 베타서비스를 거쳐 연내 본서비스 출시를 추진한다.
청년지원금과 복지 혜택 등 정부 지원사업을 안내하고, 신청 절차까지 대행하는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개인별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고도화한다.
연내 출시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하다는 지적에 봉준호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기획과장은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국산 모델을 이용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봉 과장은 "그동안 30차례 이상 기업의 의견을 들었고 국내 모델의 성능도 계속 향상되고 있다"며 "연내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무료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내년도 GPU와 운영비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봉 과장은 "재정 당국과 협의하고 있어 정확한 예산 규모와 지원 방식은 협의가 끝난 뒤 말할 수 있다"며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AI 기능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부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민간이 확보하기로 한 GPU는 총 26만장이다. 이 가운데 민간이 21만장, 정부가 5만장을 확보한다. 정부가 현재까지 확보한 GPU 물량은 엔비디아 B200 기준 약 3만5000장 규모다. 이 가운데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한 B200 기준 약 1만1600장 상당이 현재 사용되고 있다.
최동원 정책관은 "GPU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과 주요 국가 프로젝트, 산학연 지원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배분하고 있다"며 "앞으로 들어올 물량까지 국가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SMR·우주 기술도 산업화… "스타링크와 경제성 경쟁 어려워"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핵융합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 SMR을 탑재한 원자력 추진선 건조를 위한 민관 합작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핵융합 분야에서는 2030년대 전력 생산과 2035년 실증로 준공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우주 분야에서는 하반기 초소형 군집위성 등 위성 15기를 실은 누리호 5차 발사를 추진한다. 발사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재사용 차세대 발사체 개발과 제2우주센터 건립지 선정에도 나선다. 2029년에는 달 궤도 통신위성, 2030년에는 소형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 정부는 2035년까지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도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이미 대규모 위성통신망을 운영하는 스타링크와 상업시장에서 경제성을 갖고 직접 경쟁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권현준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정책국장은 "스타링크가 이미 1만기 이상의 위성을 올리는 상황에서 경제적 경쟁력을 갖고 맞서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저궤도 위성통신망은 국가 안보와 통신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방과 재난, 공공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통신 용량부터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2030년까지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2032년까지 기술 검증을 거쳐 2035년 독자 위성통신망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구 차관은 "지금 우리가 내딛는 한발이 미래에 만년 추격자로 전락하느냐, 무한한 기회를 누리는 승자가 되느냐를 결정한다"며 "과학기술과 AI로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새로운 도약의 미래를 열 수 있도록 업무계획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