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차세대 반도체를 국가 핵심 프로젝트로 정하고 대규모 민간투자 지원에 나선다. 국민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국산 AI 서비스를 연내 선보이고, 양자컴퓨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우주 발사체 등 미래 전략기술 개발도 앞당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주항공청은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하반기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말 마련한 정책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하반기에는 AI·과학기술 분야에서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 550조원 AI 데이터센터 투자 지원… 피지컬 AI '세계 1위' 도전
정부가 가장 먼저 속도를 내는 분야는 AI 인프라다. SK와 GS, 네이버 등이 추진하는 기가와트급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총 55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와 민관 협의체, 전담지원반을 가동해 전력과 부지 확보, 인허가 등 사업 추진 과정의 병목을 해소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서버와 전력설비, 냉각장치 등 데이터센터 핵심 장비와 설루션의 국산화를 지원한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인력 양성, 시험시설, 금융, 수출 지원을 연계해 관련 산업 생태계도 함께 키운다는 구상이다.
피지컬 AI 분야에서는 2030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실제 사물의 움직임과 물리법칙을 반영한 데이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독자 월드모델 개발에 착수하고, 3년 안에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한다. 개발된 기술은 제조와 국방, 돌봄, 농업 현장에 적용해 수출 산업으로 육성한다.
AI 반도체도 칩 개발에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국산 기술로 연결하는 풀패키지 생태계를 만든다. 하반기에는 1나노미터급 초미세 소자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을 위한 사전 기획에도 들어간다.
◇ 무료 국산 AI 챗봇 출시… 내년 '1인 1 AI 에이전트'
AI를 일부 기업과 전문가만의 기술이 아니라 국민 생활의 기본 인프라로 확산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정부는 연내 국산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범용 챗봇 서비스를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용량 제한을 최소화하고, 청년지원금이나 복지 혜택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신청 절차까지 지원하는 기능을 담는다.
내년에는 이를 개인별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로 고도화해 '전 국민 1인 1 AI 에이전트' 환경을 구축한다. 하반기 중에는 세계 10위권 수준의 독자 AI 모델을 확보하고, 이후 GPU와 데이터, 인재 지원을 집중해 글로벌 최상위 모델에 도전한다.
AI 교육은 연말까지 514만명을 대상으로 확대한다. 농축산물 가격 비교, 국세 상담, 국가유산 해설 등 생활 밀착형 공공 AI 서비스도 순차적으로 출시된다. 통신과 플랫폼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기반시설에는 AI를 활용한 보안 취약점 점검을 실시한다.
◇ 양자·SMR·핵융합 육성… 연구 실패도 '자산'으로
정부는 AI를 양자와 신약, 바이오, 에너지 등 전략기술에 접목하는 'K-문샷' 프로젝트도 본격화한다. 연내 50큐비트급 국산 양자컴퓨터를 확보하고, 2029년까지 100큐비트급 오류정정용 양자컴퓨터 개발을 추진한다.
AI가 설계한 신약 후보물질을 로봇 실험시설에서 신속하게 검증하는 인프라도 구축한다. 뇌 신호로 컴퓨터를 제어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2030년 사지마비 환자용 제품 실증을 목표로 연구에 들어간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해 SMR과 핵융합 기술 개발도 확대한다. 내년에는 SMR을 탑재한 원자력 추진선 건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030년대 핵융합 전력 생산을 목표로 실증로 개발을 추진한다.
연구개발 제도는 연구자의 도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뀐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연구 과정과 성과가 우수하면 후속 연구를 지원하는 '실패의 자산화' 제도를 도입한다. 민간투자가 어려운 분야에는 정부가 위험을 분담하고 성공 시 수익을 재투자하는 투자형 R&D도 추진한다.
◇ 누리호 5차 발사… 2035년 우주기업 1200개 육성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2035년까지 국내 기업을 1200개로 늘리고 세계시장 점유율 3%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반기에는 초소형 군집위성 등 15기를 실은 누리호 5차 발사를 추진하고, 발사비용을 대폭 낮출 재사용 발사체 개발과 제2우주센터 부지 선정에 나선다.
2029년에는 달 궤도 통신위성, 2030년에는 소형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2035년까지 한국형 저궤도 위성통신망을 구축해 통신 주권과 우주 안보 역량도 강화한다.
사천을 중심으로 진주와 창원, 순천, 고흥을 연결하는 남해안 우주항공 벨트도 조성한다. 정부는 AI와 반도체, 우주항공 기술을 국가 성장의 핵심축으로 삼아 정책을 산업 현장의 투자와 일자리, 국민 생활의 변화로 연결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