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가 UI·UX 디자인 도구를 넘어 아이디어 구상부터 디자인, 제품 구현까지 하나의 공간에서 수행하는 '풀스택 창작 플랫폼'으로 진화를 선언했다. 인공지능(AI)이 누구나 손쉽게 디지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인간의 창의성과 팀 협업을 결합해 차별화된 제품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피그마는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키 야마시타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참석해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콘퍼런스 '콘피그(Config) 2026'의 핵심 발표와 차세대 기능을 직접 설명했다.
야마시타 CPO는 "AI는 창작 환경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이제는 전문적인 기술이 없는 사람도 앱과 영상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실제 피그마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제품 개발자의 76%는 지난 1년간 AI가 자신의 업무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개발자가 디자인에, 디자이너가 개발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면서 양 직군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의 개발 참여 비중은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그는 AI 확산으로 제품 차별화가 어려워지고, 작업 과정이 파편화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마시타 CPO는 "AI로 앱을 만드는 일은 쉬워졌지만, 이용자의 관심을 끄는 차별화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각자의 AI 에이전트와 대화하며 강력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지만, 이를 팀과 충분히 공유하지 못한다"며 "프로토타입과 피드백이 여러 도구에 흩어지면서 협업이 단절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그마는 이러한 문제의 해법으로 '코드 레이어'를 핵심 기능으로 소개했다. 기존에는 코드와 디자인이 별도 도구에서 관리됐다면 앞으로는 코드 자체를 피그마 플랫폼 내 캔버스의 레이어처럼 다룰 수 있게 됐다.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코드 기반의 제품 프로토타입을 자유롭게 수정·반영할 수 있도록 연속성을 높였다.
야마시타 CPO는 "디자인과 코드 가운데 어디에서 시작할지를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코드는 디지털 제품을 만드는 매우 표현력이 풍부한 재료이며, 이제는 코드를 이용해 디자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피그마는 코드뿐 아니라 모션, 3D 변환, 셰이더 기능도 플랫폼에 통합했다. 이용자는 별도 프로그램 없이 애니메이션과 시각 효과를 제작하고 이를 실제 코드에 연결할 수 있으며, AI 프롬프트만으로 새로운 모션과 셰이더 효과를 생성·편집할 수 있다. 지난해 인수한 '위브'의 AI 기술도 플랫폼에 녹였다. 여러 생성형 AI 모델을 연결해 이미지와 영상 생성 과정을 단계별로 설계·제어할 수 있도록 해, AI가 만든 결과물을 보다 세밀하게 편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야마시타 CPO는 "피그마는 AI시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협업이라는 점을 주목했다"며 "아이디어부터 코드, AI 에이전트까지 하나의 캔버스에서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통해 팀이 더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피그마는 웹 기반의 UI·UX 디자인 및 프로토타이핑 협업 도구를 제공하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개발자와 기획자 등이 하나의 작업 공간에서 디자인과 코드 작업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이후 빠르게 성장했으며, 2023년 어도비의 200억달러 인수 시도로 주목을 받았으나, 무산된 뒤 독자 노선을 택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피그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한 3억334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AI 기반 디자인 도구의 부상으로 기존 디자인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올 상반기 주가는 약 44% 하락한 바 있다.